홍순민/국사학박사 명지대 객원교수

 살라리는 앞서 보았듯이 계양산 자락을 따라 판 관개수로를 따라서

이미 형성된 줄뫼, 선주지, 굴재, 당뫼, 넘말, 용마루, 살라리, 도두머리,

영성뫼 마을 중에 한 마을이다. 이 여러 마을들은 계양산 자락의 여러

끄트머리와 벌판이 만나는 경계선상에 주욱 늘어선 마을들로서 이들 동네

이름이 모두 계양산 자락 지세를 빙자해서 지어졌다. 따라서

「살라리」라는 동네 이름도 다른 옆 동네들 이름처럼 계양산

자락을 빙자해서 생긴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로 보건대 「살라리」 동네 이름은 계양산

자락을 빙자해서 생긴 것일 수 밖에 없다. 「계양산을 둘러싸고

늘어 선 마을」이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굳이 한자로 써본다면

山羅里(산라리)라고 쓸 수 있다. 山은 계양산의 山이요, 羅는 그물, 비단,

늘어서다, 벌이다, 휩싸다, 두르다 등의 뜻이 있어 살라리의 지세 모습을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내는 글자다. 山羅里(산라리)는 국어의 자음접변

법칙에 따라 살라리로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예: 新羅(신라)실라)그래서

살라리는 역사적 사실에도 전혀 맞지 않고 국어 발음 법칙에도 맞지 않는

「살나리」가 아니라 근 80년간 동네 첫 윗 어른들로부터

우리 아이들까지 우리동네 사람들이면 누구나 정겹게 불러온

「살라리」로 계속 불려져야 한다.

 물론 관청에서도 주민들이 동네가 생길때부터 지금껏 자연스럽고

정겹게 불러온대로 「살라리」로 표기해야 마땅하다.

「살라리」라는 동네 이름은 어거지로 한자로 표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한글로 「살라리」로 부르고 쓰면 된다.

 그야말로 작자 미상의 전해오는 이야기로 도두머리에서 도토리를

따다가 까치마을에서 까서, 갈개에서 갈아서, 된밭에서 되어서,

살라리에서 삶아서, 계산동에서 팔아 계산을 한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

이야기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이 이웃한 마을들의 이름을 엮어서 만들었을

터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로 엮을 수 있는 연관성, 그것이

무엇인가? 지역 공동체 의식이다. 계양산에 같이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이웃 마을들과 일체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심심풀이 삼아

입에서 입으로 전해왔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원천이 되는 지명, 마을 이름을 함부로

바꿀 것이 아니라 잊혀져 가는 것 조차 꼼꼼히 찾아서 되살려야 할

것이다. 이 지역이 아파트 단지가 되고 이런 저런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계양산 자락이라는 지형을 깎고 덮어버리는 상황에서는 더욱 동네

이름만이라도 옛날 순박한 우리 말대로 부른 그 이름을 살려내야 한다.

그것이 계양구의 정체성을 살리고, 계양구민을 하나로 묶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단전에 해당되는 좋은땅 부평-계양구가 동네의 이름

하나라도, 성벽의 돌 하나라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지혜를

꼼꼼하고 정확하게 살려내야 공동체로 단결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이렇게 힘을 길러 한국과 세계에 크게 기여하는 빛나는 내 고향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