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허대]매미울음

 뙤약볕 아래 개미들이 땀흘려 일하는 바로 곁에서 매미가 노래한다. 시원한 나무 그늘의 신세를 누가 보아도 상팔자라며 부러워 않는 이 없겠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면서 피차의 신세는 돌변한다. 눈이 펄펄 내리는 어느날 매미가 개미를 찾아갔으나 문전박대를 당한다. 남들이 땀흘려 일할 때 거드름만 피우더니 무슨 염치로 찾아왔느냐며 핀잔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이솝의 매미 이야기를 파브르는 뒤집는다. 아쉬워 찾아가는 것은 매미가 아니라 오히려 개미편이라는 주장이다. 무엇이든 저장하는 것이 특징인 개미라도 마시는 것 만큼은 매미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목마른 벌레들이 한방울의 이슬이라도 얻으려고 찾아 헤맬 때 매미는 뾰족한 주둥이로 나무에 구멍을 뚫어 달고 시원한 물을 빨아들이는데 이때 극성스런 개미떼가 덤벼 매미를 물어 쫓고 샘을 가로챈다는 것이다.

 파브르의 곤충기는 매미의 울음 역시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이유와 동떨어진 설명을 한다. 여름날의 귀청 찢어지는 울음이 암놈을 부르는 수컷의 호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새들의 구애 노래를 연상한 단정일뿐 정작 매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척의 암놈이 반가워 달려들지도 않고 곁에 암놈이 있어도 숫놈은 노래만 계속할 뿐이란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만족스러울 때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듯 살아있음을 즐기는 축복의 노래라는 것이다.

 그럴만도 하겠다. 땅속의 어둠을 뚫고 지상에 나와 노래하기까지 매미는 산란에서 부화하여 성충이 되어 가는 6년이 넘는 긴 세월을 참고 견뎌낸 것이다. 그러니까 매미의 여름노래는 결코 이솝이 말한 대로 허송세월이 아니라 긴 준비기간을 참고 이겨낸 개가인 셈이다.

 요즘 한낮의 찌는 더위를 달래려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도심의 가로수에서도 요란하다. 엄청났던 폭우와 태풍도 저들이 물리쳤다는듯 사뭇 아우성이다. 그런데 도시의 소음에 항거라도 하는지 전과 다르게 울음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바야흐로 매미의 계절-그러고 보면 올 여름도 많이 기울었다. 방금 입추도 지난 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