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시골집 안방에 있던 반닫이, 혹은 겨울날 밤을 구워먹던

놋화로, 아니면 대대로 가보로 전해지던 옛민화나 청화백자.

 오래될수록 좋은 것은 술맛과 친구외에도 골동품을 빼놓을 수 없다.

신세대들은 가장 앞서가는 것을 선호하지만 역사적 의미가 담긴

옛물건이야말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무형의 가치가 서려있다.

 IMF로 큰 타격을 입은 업종중 하나가 바로 수석을 포함한

골동품전문점이다. 일반 동호인 수가 크게 줄어든데다 수집 마니아들도

관심을 일단 접어놓은 상태. 자연히 거래가격이 곤두박질, 관련 점포마다

울상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골동품점으로는 남구 시민회관에서 신기촌방면으로 난

대로의 중간지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몇몇 점포가 영업중이었으나 현재는

단 한곳 「초원수석」(대표·정태원·47 ☎872-2291)만 남아 있다.

이곳도 그 이전 점포를 골동품상 정태원씨가 지난 5월께 새로

인수함으로써 같은 업종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 그 내력이다.

 정씨가 인천지역에서 골동품 점포를 연 것이 이번이 다섯번째. 15년전

당시 주원고개일대에서 친구가 운영하던 가게를 받으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설명한다.

 애초 시작은 단순히 수석을 모으는 동호인 수준이었다. 고향인 충북

단양이 국내 대표적인 수석산지라는 것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인천에 오기 전에도 정씨는 서울 구로동에서 골동품가게를 운영하면서

수집에 몰두하게 된다.

 현재 이곳 매장에는 상호에 걸맞게 다양한 수석을 갖추고 있다. 제일로

꼽히는 평원석과 입경 등 산수경석을 비롯, 인물과 동물, 곤충모양을

연상시키는 무형석, 호수석 등 50여점에 달한다. 민속품으로는 옛날

머릿장과 2층장, 문갑, 돈궤, 탁자, 저울, 그리고 소품류로 벼루함,

편지꽂이, 호롱, 숯다리미, 다양한 술병, 여기에 민화까지 200여점이

넘는다.

 가격도 천차만별. 2만원대 수석에서 1백만원을 호가하는 돌이 있는가

하면 25만~30만원하는 유성기, 몇십년 전까지도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사용됐던 풍금은 15만~20만원정도다.

 정씨는 양반이 많이 살았던 고을, 예를 들어 강화도지역으로 옛물건

채집을 나간다. 또다른 루트는 충주 목행리일대의 대형 골동품 집하장.

여기에 동업계 상인들과 정보·물품교류도 중요한 유통경로다.

 『애써 구해온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고객을 만나면 보람을

느낍니다. 집에 장식품으로 소장하던 물품을 판매하기 위해 상점을 찾는

이가 늘어난 것이 IMF이후 달라진 현상이지요.』 정씨가 전하는

안타까움이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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