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見物生心), 소비가 활발하지않던 시대에도 이 말은 진리였다.

눈에 띄는 것마다 광고인 요즘 아이들에게 보이는 모든 것은 욕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런 광고를 보고 「갖고 싶다. 먹고

싶다」라는 생각만 할 줄 알던 아이들이 한국방송심의위원회에

편지를 보냈다. 광고에 거짓이 많으므로 고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

편지의 발신지는 석정초등학교 4학년 5반. 학생들은 지난 학기 동안

조순애 선생님(45)에게 미디어의 영향에 대해 배웠다. 국어시간에는 광고

헌장을 썼고, 꾸미기, 만들기 시간에는 광고주의 입장에 서서 직접광고를

만들어 봤다. 특활시간이나 공동체험 시간에도 광고내용을 분석해 보고,

광고 보는 바른 태도는 어떤 것인지 토론했다.

 조 선생님은 『서구에는 정규 교육 과정 속에 미디어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다는데 미디어 접촉률이 높은 요즘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라서 이런 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학기 동안의

과정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관련있는 교과로 국어, 도덕, 특활, 미술

과목만 꼽더라도 한 주당 10시간 정도 분량의 지도안을 재구성해내야

정규수업에 관련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이 분야에 대해 미리 연구된

자료도 흔치 않아 지난 방학 때는 광고에 대한 책과 관련 자료를 찾아

교육과정에 접목시키는 일에 매달렸다.

 「광고를 하나의 정보로 소화할 수 있는 건강한

소비자」를 키우겠다는 교육 목표를 세우고, 우선 집중한 일은

비판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일, 광고 속의 장면과 현실을 혼돈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다. 아이들의 생각은 차츰 변해 『어디서나 잘 터지고

잘 들린다는 핸드폰 광고는 거짓이다. 아빠와 삼촌, 친척과 이웃

어른들에게 조사해봤더니 안 들리는 경우가 더 많다』며 광고와

현실세계를 구분해 갔다. 이제 아이들이 쓴 광고일기에는 3~4월에 비해

부쩍 성숙한 소비 의식이 담겨 있다. 유혹적인 광고를 가리다 보니

용돈기입장에 쓰는 군것질 비용도 줄었다.

 『소비생활에 기준이 생겼고 다음 학기를 더 지내보면 아이들의

태도 변화가 뚜렷해 질 것』이라는 조 선생님은 『미디어

교육을 하기에는 기자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요즘 교단에 힘든 일이 많아 회의도 많지만 아이들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며 말을 마쳤다. 조심스럽게

내비친 생각이지만 그 속생각에 학교를 움직이는 진짜 힘은 숨어 있다.

〈임병구·교육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