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기획사가 인천시 연수구 한독매립지에서 록 페스티벌 행사를

위한 주차장을 만든답시고 초지(草地)를 뭉개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의 마음은 여간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다. 불과 이틀간의 행사를 위해

수년에 걸쳐 조성된 초지를, 그것도 1만여평에 걸쳐 파손이 진행중이어서

시민의 마음이 크게 상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여긴다.

 문제의 초지는 지난 94년 이후 공원후보지로 보존되고 있는

6만여평중의 일부이며 그동안 갈대밭 늪지대가 자연적으로 형성돼

환경생태학적 측면에서도 보존가치가 높았던 곳이다. 자생하는 식물의

성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자연학습장일 뿐 아니라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즐겨찾던 쉼터이기도 하다. 한술 더 떠서 기획사측은 공원부지

소나무밑에다 야영장을 설치·운영한다고 하니 이런 유형의 자연훼손이

다른 곳에서도 발생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이에대해 인천녹색연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환경단체차원에서

반대운동을 벌이겠다고 비난하고 나섬으로써 이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기획사측은 토지소유주의 승인을 얻은 만큼

초지훼손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환경단체들은 토지소유주인 D사가 초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한

다음 이를 상업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획사에 무료로 임대해 주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인접한 곳에 D사의 하치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런 의구심이 나올만도 하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일 것이다. 대기업이 그 문제로 해서 불필요한 오해와 비난을 받을

필요가 없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국민의 기업을 자처 하려면 이런

일로 의혹에 휘말릴 소지를 없애는 것이 옳다.

 우리 모두가 환경 파수꾼이 되어야 지속적인 환경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이제는 풀 한 포기라도 지키고 가꾸는 투자가 요구된다. 파란

하늘과 눈부신 해변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는 자연에 대한 가치부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모든 자연이 다 그렇듯 초지도 한번 뭉개지면 회생이

어렵다. 해안 생태계의 파괴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