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렇지도 않지만 태풍이 찾아올 때마다 예쁜 여인의 이름을

달아주는데 그 기능으로 인해 붙여지는 별명도 있다. 우선 『지구의

청소과장』으로서 청소원적인 역할을 하느라 붙여진 별명이다. 물의

흐름이 정체되어 괴어있는 바다 밑까지를 태풍은 한바탕 뒤집어 정화시켜

준다. 또한 잔뜩 찌푸린 오염된 대기도 태풍이 날려 보낸다. 태풍

지난후의 하늘이 상쾌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태풍을 일러 『하늘의 급수차』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겪는 풍수해의 2대요인으로 장마와 태풍을 꼽을

수 있는데 장마는 『하늘의 수도』 태풍은 『하늘의

급수차』로 불리운다. 올해처럼 마른 장마라도 되면 한번 지나가는

태풍이 메마른 대지를 적셔줄 수 있다. 한개의 태풍이 뿌려주는 강우량은

수백억톤으로 연간 강수량의 20~3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태풍이

반드시 피해만 끼쳐주는 존재라고 할 것도 아니다. 다만 곱게 스쳐가기를

바랄뿐이다.

 또한 태풍에 대해서는 인천항이 가장 안전하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밝힌

자료도 있다. 해군사관학교 김일도교수가 97년 발표한 『항구별

태풍영향분석』에 의하면 국내 11개 항구중 인천항의 위험도가 가장

적었다고 한다. 즉 56년부터 40년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총 125개

태풍의 풍향과 풍속을 파악한 결과 인천항에는 100마일(160㎞) 이내로

근접 위협을 끼친 태풍이 34개로 가장 적었을뿐 아니라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 이하의 강도높은 태풍이 한번도 지나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태풍의 62%가 인천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통과하면서

태풍으로부터 왼쪽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위적인

안전이 아니라 태풍이 피해준 자연조건 때문이라니 결코 자랑이거나

안심할 것은 못된다.

 태풍일과라고 한다. 목포에 상륙한 태풍 닐이 다시 황해로 빠져

북상중이란다. 제풀에 기가 꺾여 별로 피해도 없었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앞으로 태풍이 잦아질 계절이다. 대비책이 강구되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