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특구가 아닌 개발전략 맞는 클러스터 만들어야
요즘 국내 유명대학교들이 송도국제도시 내에 땅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혀 감지되지 않던 이들 대학들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IT·BT, R&D,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개발할 송도국제도시의 가치를 짐작케하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이 신호에 불을 집힌 것은 단연 연세대학교의 송도 이전 발표다. 이 발표 이후 송도국제도시에는 전에 없었던 여러가지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송도국제도시 내 아파트 값의 상승이다. 지난해 정부가 아파트 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8·3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했었다. 올해 상황은 급반전했다. 서울에 있는 연세대 캠퍼스가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지역의 아파트 값은 수직 상승, 매물없이 가격만 치솟는 현상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현상은 대학들의 움직임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그동안 송도국제도시 내에 국내 유명대학들을 유치, 산·학 연계의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당시 대부분의 대학들은 시와 인천경제청의 제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최근 대학들의 입장을 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생각이 든다.
연세대 캠퍼스 송도이전 발표 후 현재 시와 인천경제청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거나 의사를 표명한 대학은 10개 정도다.
연세대를 비롯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중앙대, 인하대, 가천길대학 등 모두 국내에서는 내로라하는 명문대학교들이다.
이들 대학들은 송도국제도시 내에 국제화 복합단지, 산학협력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 첨단바이오단지 국제교류센터, 글로벌 연구개발 허브(Global R&D Hub) 등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캠퍼스 부지를 요구하고 있다.
10개 대학들이 요구하는 땅의 면적도 총 230만평에 주로 매립으로 육지화 되고 있는 5·7공구로 이 지역만 141만평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현재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대학들은 그럴싸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공간적 팽창을 위한 느낌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의사를 표명한 대학의 희망 부지 대부분이 198만평의 5·7공구로 수요를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또 대부분의 대학들은 의사표명 단계이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대학도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한 데다 송도국제도시 미래 개발 청사진과 맞지 않는 상태다. 더욱이 입주 희망 대학들 대부분이 산·학 연계 연구기능보다는 캠퍼스 입주를 바라고 있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는 분명한 개발 전략을 갖고 있다. 외국 대학과 외국 기업 등을 유치,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갈 차세대 성장동력 역할을 할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지 교육특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시와 인천경제청도 갈팡질팡하기보다는 명확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인천경제청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오는 9월까지 용역을 통해 송도국제도시 내 대학 배치계획 수립 및 개발계획을 반영한 ‘송도지구 혁신클러스터 조성 전략’ 수립에 나섰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이 기회에 단순한 용역에 그치지 말고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가 추구해야 할 전략 즉, 세계 최고 수준의 R&D 역량을 지닌 국내·외 유수 공과대와 연구소를 유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밑그림이 하나 둘씩 그려지고 있는 송도국제도시는 우리네가 흔히 접하는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영국의 캠브리지,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핀란드 울루시 등을 들여다 보면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기업들은 기능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송도국제도시가 나가야 할 방향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의 미래를 위해 이들 도시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와 함께 송도국제도시 입주를 희망하는 대학들도 단순히 땅만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안일한 생각보다는 진정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를 전세계에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도시를 만드는데 밀알이 됐다는 마음으로 대학 이전을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