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일 현정권에 대해 전면적인 공세를 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상도동 자택에서 여권의 내각제

개헌 연기를 「장기집권 음모」라며,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자신이 정치전면에 나설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사실상

정치재개를 선언했다. 당초 김 전 대통령측은 기자회견을 예고, 김 전 대통령과 기자들의

일문일답도 예견됐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약 15분간 성명서를 읽은 뒤

일절 질문을 받지 않았다.

 특히 그는 이날 성명에서 내각제 개헌 유보, 정계개편 움직임,

부정부패 등 정치현안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비판한 뒤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을 본격화하겠다」고 강조, 민주산악회의 재건에

이어 신당 창당에 나설 뜻을 강력히 시사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그는 먼저 김대중대통령이 지난 97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한

내각제 개헌 약속을 「국민 모두와의 약속」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변명으로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내각제 약속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이었다』며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지 않는 이상 이

약속을 역사와 국민의 가슴속에서 지워낼 수 없다』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어 그는 『김대중씨의 약속위반과 국민기반은 장기집권 야욕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내가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이유』라며 퇴임대통령으로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정치활동 재개에

나서는 것을 합리화했다.

 또 그는 김대통령의 「올D해말 정치적 임기만료」를 거듭 주장한 뒤

『김대중씨의 정치적 임기만료와 더불어 저는 국가를 바로세우기 위한

투쟁을 본격화하려고 한다』고 선언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날 성명은 일단 여권의 내각제 개헌연기를 빌미로

정치재개를 공식화하면서 현정권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음을

강조, 정국을 「DJP연합(김대중-김종필연합) 대(對) YS」의 구도로

끌고가는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나가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는 이날 구체적인 대여투쟁 방법이나 「신당 창당」 등

자신의 정치활동 재개방향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 대한 정치권 및 여론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미 밝힌 「민주산악회」 재건에 주력,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시킨 뒤 「신당창당」 등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의 이러한 성명 발표와 정치재개 선언이 결국

「3김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김 전

대통령이 잘 알고 있으며, 이같은 비판여론이 자신보다는 김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것임을 예상하고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상도동 자택 2층의 성명 발표장에는 내외신 기자 30여명과

한나라당 박종웅의원, 김용태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도재 전 청와대

총무수석 등 몇몇 측근들만 배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