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하는 정치시스템
▲박정규 수원본사 사회2부장
 지난 2000년 미 대선전에 나섰던 민주당의 빌 브래들리 전 뉴저지주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존 매케인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은 경선결과에 깨끗히 승복했다. 승리자는 엘고어 부통령과 조지 W 부시. 패배는 빌 브래들이 전 상원의원이 먼저 인정했다. 그는 패배가 확실해지자 뉴욕에서 고어에게 축하전화를 걸었다. 매케인도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면서 부시의 승리를 축하했다. 앞으로 패배요인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시에 대한 비난은 한마디로 내뱉지 않았다.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승자인 고어나 부시도 큰 그릇임을 입증해보였다. 고어는 ‘브래들리를 존경했다’는 말로 부시는 ‘매케인의 신념을 존중한다”는 말로 그들을 위로했다.
미국 선거가 있을때면 늘 이같은 ‘아름다운 퇴장’ 소식을 꼭 접한다. 그럴때 마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멋있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의 정치 문화는 그렇다.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정치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의 공천과 관련, 말이 참 많다.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낙천되면 탈당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무소속출마를 한다. 욕설이 난무하고 맞고발 사태마저 빚어지고있다. 이대로라면 한나라당이 이제 두 달도 채 안 남은 지방선거를 과연 제대로 치룰지 의구심 마저 든다. 본게임도 하기전에 어수선하다. 공천에서 떨어진 낙천자들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문제삼고 있다.
낙천자들은 “공천심사위원 각각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지역지구당 위원장의 입김때문에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밀실, 야합, 계파 공천이 이뤄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구 정치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일천한 우리 정당정치의 현주소을 보이고있다. 낙천자들의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낙천자들을 완전히 설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과 원칙이 없었기 때문에 낙천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특히 공천과정이 종래의 밀실공천,정실공천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천 후유증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라도 유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공천과정이 철저히 민주적이고 공개적으로 바꿔져야 한다. 왜 낙천됐고 공천됐는지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심사였는지 알아야 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작업이 마무리 되면 ‘패배자’를 안고 가려는 성숙된 자세도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낙천자들이 공천에 마치 목숨이라도 달린 것처럼 반발하는 데는 공천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데 이유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비후도들은 그동안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곧 당선’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도 문제다. 그래서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든 말든 아랑곳없이 막 가는 낙천자들의 모습은 보이는 것이다.
더 이상 유권자를 무시하는 공천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공천은 국민의 대표를 뽑는 1차 관문에 불과하다. 어디까지나 최종 심판자는 유권자다.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따져보지 않고 당선시켜서는 안된다. 유권자로서의 올바른 심판이야말로 정치개혁의 첩경임을 유권자들은 잊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은 현재 한나라당이 지지도가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교만할 만큼 여론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절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