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밝힌 대우그룹 구조조정 이행 촉진방안은 당초 대우그룹에

맡기려했던 계열사 매각작업의 주도권을 채권단으로 전환, 대우의

구조조정 의지와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시장에 정부의 확고한

이행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이 채권단의 신규자금지원과 여신의 만기연장

등 소극적인 방법에서 담보자산중 계열사간 상호출자 지분의 채권단

인수를 통한 계열분리와 출자전환을 통한 계열사 매각 촉진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환됐다. 정부가 이처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에나

적용하는 출자전환과 담보자산처분을 통한 계열분리를 들고 나온 것은

대우의 구조조정 의지와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주가가 사상 최대의

폭락세를 보이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대우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기

도전에 좌초하고 이는 다시 금융시장의 붕괴로 이어져 국가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어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담보자산 활용한 채권단의 계열분리 작업=현재 6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채를 그대로 안은 대우그룹의 계열사로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계열사들을 분리, 독립법인화한뒤 매각한다.

 계열분리 방법으로 대우가 채권단에 제공한 담보중에서 계열사들의

상호출자 주식을 채권은행이 인수하면 일단 계열사들간의 고리는 끊어지고

부채나 자산규모가 각 계열사 단위로 작게 쪼개지기 때문에 매각도

쉬워진다. 이렇게 해서 독립법인화된 계열사들을 매각한뒤 채권단의

인수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우전자의 경우 대우의 지분이 8%에도 못미치는데다 작년말 이후

상호지급보증이 해소된 상태여서 이미 독립법인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대우중공업의 경우도 마티즈생산부문은 자동차로 넘어갔고 철도차량부문도

떨어져 나갔으며 조선부문만 분사로 독립시키면 된다. 따라서 주요

계열사들의 분리, 독립법인화에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이 채권단이 주도하는 계열분리 작업과 병행해 대우그룹은 계열사

매각에 적극 노력할 경우 구조조정은 당초 계획대로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출자전환=채권단의 계열분리 작업 등으로도 매각이 쉽게

성사되지 않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출자전환으로 부채비율을 낮춰 매각이나

합작을 용이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출자전환은 대우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 대우의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으며 계열분리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이는 채권단에도 도움이 된다. 기업이 좌초할 경우 대출금을 모두

날리게 되지만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비율이 떨어지고 해외매각이나

외자유치가 순조로울 경우 오히려 큰 이익이 된다. 이헌재 위원장은

출자전환이 대우나 채권단에 「윈-윈」게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벌 부실계열사 출자전환 본격화=이헌재 위원장은 출자전환이

대우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연내 부채비율 200% 달성이 어려운 계열사에 대해서는 채권단

주도로 출자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5대 그룹을 포함한 30대 그룹 전체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부터 미래상환능력을 반영하는 새로운 여신건전성분류기준이

도입되면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 부담이

엄청나게 무거워지기 때문에 사업전망은 밝으나 부채비율이 높은 5대 그룹

계열사에 대해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을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대손충당금을 쌓는 만큼은 어차피 이자를 받지 못하는

무수익자산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을 출자로 전환하면 기업이 회생해

주가가 오를 경우 오히려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또 재벌들은 경영권 상실을 우려하고 있으나 채권금융기관은 오히려

우호적 주주가 되기 때문에 유상증자보다 유리하다고 이 위원장은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