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안전불감증은 치유되기 어려운가. 「설마 무슨 일이 있을려고…」 하며 적당히 넘기다가 결국 재난을 당하는 고질적 안전의식부재현상이 고쳐지지않는한 재난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번 폭우에 인천지역에선 붕괴위험을 안고 있는 축대와 담장, 절개지 등이 무너져 4명이 사망하고 가옥과 차량 등이 파손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사전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대비했어도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례다. 지난 2일 발생한 동구 송림4동 대헌공고 축대붕괴사고도 붕괴위험이 예고됐는데도 방치하다 일어난 사고다. 석축 30여m가 무너져 주택가를 덮치면서 가옥 3채가 크게 부서지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인명피해가 없었던게 천만다행이었다. 한달전부터 인근 주민들이 붕괴위험이 있다고 학교측과 동구청에 수차례나 진정, 대책마련을 요구했으나 이를 외면하다 사고가 났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자치단체의 방심과 무책임이 자초한 재해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천시 남구 용현4동 46 주택가의 축대 50여m가 무너져 내린 사고나 간석3동 신명여고, 석남3동 석남초교의 담장이 무너져 축대ㆍ담장 아래 주차해있던 차량 10여대가 파손된 사고 역시 이와 유사한 사례다. 대형참사를 빚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해마다 수해를 되풀이하면서 재해를 당할때마다 사전대비에 소홀히 했던 점을 후회한다. 지난 90년 9월 11일 사흘간 중부지역에 내린 폭우에 동구 송림동 선인학원 축대가 무너져 주택12채를 덮쳐 23명이 숨진 참사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이웃해있는 학교석축이 또 무너졌으니 관할 행정관청의 안전불감증이 어느정도 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시설물에 대한 총체적인 안전진단을 다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천시는 붕괴위험이 노출된 옹벽ㆍ절개지ㆍ노후아파트 등 28개소를 재난 위험시설물로 지정, 자치단체별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민간 시설물이란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대형참사는 언제나 예고없이 일어나 재앙을 가져온다. 그러나 붕괴위험이 예고된 축대붕괴사고는 인재(人災)임이 분명하다. 반드시 책임소재를 묻는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