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시립극단 예술감독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면서 사퇴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감독은 지난 21일 시에 일신상의 이유라며 별다른 설명없이 사표를 제출, 오는 11월30일 재위촉 만료기한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중도하차했다.

 지난 93년 12월1일 위촉된 이감독은 5년8개월간 시립극단을 이끌어왔다. 이로써 시립극단은 전임 윤조병 예술감독과 함께 상임연출자들이 위촉기간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감독이 사퇴하게 된 배경에는 극단측의 초청공연 출연 수입금의 유용으로 인한 시 감사, 미 영주권 소유로 인한 잦은 미국 출장 등 개인 신상문제, 일부 단원과의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감독은 미국에 가족이 살고 있고 영주권까지 소유하고 있어 자주 미국에 들락거리는 등 신상문제가 자주 도마위에 올랐다. 위촉 당시 영주권 갱신을 위해 미국 단기체류가 허용됐었으나 이를 빌미로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에 자주 출장을 나가면서 극단일과 공연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감독이 사퇴하는데 결정타를 입힌 것은 외부출연 수입금 유용문제. 극단은 지난 해 과천세계마당극큰잔치때 레퍼토리작품인 「실수연발」이 폐막작품으로 초청돼 무료공연을 펼치면서 받은 4백40만원의 식비, 여비조의 외부출연 수입금을 시립예술단 운영규칙에 따라 종합문예회관 수입통장에 예치하지 않은 채 지난 1월 미국 뉴욕공연 당시 비자발급에 필요한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임의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최근 시로부터 감사를 받아왔다. 게다가 뉴욕공연은 초청 주최가 바뀌면서 시에 보고한대로 초청형식 공연이 아니라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근원적인 사퇴배경은 시립예술단의 고질적인 병폐인 감독과 단원들과의 갈등.

 그동안 일부 단원들은 이감독의 극단 운영방식에 대해 드러나지 않게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로 인해 단원들은 친 감독파와 반 감독파로 갈라져 갈등이 내재해 왔고 단원과 감독과의 대결양상으로까지 발전해 왔다. 단원 일부는 특히 몇몇 단원들에 대해서는 총애하고 다른 단원들에 대해서는 경원시한다는 불만을 비공개적으로 자주 터뜨려 왔다. 게다가 지역연극계와는 별 교류가 없어 지역연극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이감독이 갑작스레 사퇴함에 따라 극단은 당분간 상임연출가가 없는 상태에서 공연때마다 비상임 연출가를 초빙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관가와 예술계 일각에서는 인건비 등 운영예산이 많이 투입되는데 비해 공연효과는 적고 때마다 말썽을 부리는 시립예술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시립극단뿐만 아니라 예술단 전체 예술감독 대부분이 단원과의 갈등이나 공연수입금 유용 문제로 위촉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하차한다는 점. 극단도 창단 이래 예술감독이 수입금 유용문제등으로 모두 중도탈락하게 됐고, 무용단의 경우 단원들이 예술감독에 집단 반발하면서 30명이 집단 해촉돼 현재까지 복직소송이 진행중이며, 합창단의 경우는 과거 단원들이 공연때 집단 사보타지를 감행하면서 해단됐다 재창단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예술감독이 오래 재임할수록 단원들과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6년 이상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거의 대부분 중도탈락하거나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감독과 단원과의 갈등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술감독의 재량을 어느 정도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데다 행정적인 보완책도 갈등 소재를 없애기에는 한계가 있어 시로선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해결책이 별로 없는 편이다. 때문에 예술감독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예술단운영위 기능을 강화하거나 또는 예술감독의 재위촉을 한차례만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아예 상임 예술감독을 없애고 비상임이나 객원 예술감독을 초빙하는 방안, 예술감독 권한에서 단무업무를 분리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구준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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