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6·2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선거결과를 둘러싸고 온갖 분석과 전망들이 난무했다. 그리고 지금은 '살생부'니, '하마평'이니 하는 각종 설들이 정·관가를 휩쓸고 있다. 특히 인천지역에서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는 민주노동당 출신의 기초단체장들이 두명이나 탄생했는가하면,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전패하며 가히 야권의 '완전승리'라 할만한 결과를 낳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철저하게 패배한 원인은 하나다. 모든 사인의 최종 이유가 심장마비이듯, 집권당의 패배는 등돌린 민심이 원인이다. 정권 담당자들은 그동안의 국정행태를 효율적인 국정운영이라고 말하겠지만, 국민들은 집권당이 국정을 농단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기에 야권에 표를 몰아준 것이며,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패배를 여권에 준 것이다.
한나라당은 뼈아픈 패배를 경험함으로서 국민적 심판을 받았다. 3년여의 시(市)·국정(國政)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지방권력을 차지하게 된 범야권세력들에게는 앞으로의 4년이 그리 길지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간은 오로지 평가받는 기간이다. 견제에 주력해왔던 기존의 입장에서 탈피, 지방행정의 주체로서 주민들과 반대입장을 지닌 정치권을 아우르기란 쉽지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지방행정의 소비자인 지역주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해달라는 것이다.
인천시민들이 프로구단 SK 와이번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구단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이들이 끊임없이 치고 달리며 재미난 승부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의 실력이 타 구단을 압도할 정도로 뛰어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여기에 늘 변화하며 고객들의 만족과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점이 보태져 이제는 100년만에 명실상부한 야구도시의 상징으로 우뚝 설 수있었다.
정치 또한 이들과 다르지않다. SK가 관객층을 넓히기위해 삼겹살존을 설치하고, 유명 코치와 인기 선수들이 모두 참여해 팬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철저한 프로정신에서 나온다. 이들의 이런 노력을 통해 가장 응집력이 없다던 인천의 야구팬들을 경기장에 불러모을 수 있었다.
고객없이는 프로야구가 성립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는 어떤가. 정치인들은 정치란 표를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고객인 유권자들을 누가 더 많이 유치하느냐하는 것은 야구구단의 운영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해법또한 다를 바 없다.
끊임없이 유권자들을 접촉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감동과 보람을 선사하면 될 것이다.
이번에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진보의 숙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의외로 성공가능성도 높다.
복지에 굶주린 주민들, 그리고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줄 정치권을 원했던 시민들이기에 진심으로 가슴을 열고 낮은 자세로 그들과 대화한다면 프로야구의 성공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패배를 경험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인천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어느 지역도 해내지못한 변화를 선택했다.
보수의 틀에서 벗어나 이젠 보다 새롭게 지방행정이 변화하고 시민들의 곁에 천착해달라는 주문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4년뒤에 이뤄질 냉정한 평가를 예고한다.
시민의 기대를 저버릴 경우 다음에 내쳐지는 세력은 진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지역 정·관가에 떠돌아다닌다는 '살생부'가 신경쓰인다.
칼자루를 쥐면 휘두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걱정이 많다고 한다.
정책은 진보적으로 하되 인사만큼은 보수적으로하라는 소리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당선자들은 먼저 자신과 함께 지방행정을 맡게될 공무원들부터 감동하게 될 인사정책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진보진영의 미래는 밝다.
그리고 인천시민들의 선택은 옳은 것이 될 것이다.
/조태현 사회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