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란 직권을 이용하여 특별한 편의를 보아달라는 뜻으로 주는 금품을 말한다. 뇌물의 손길은 법을 우습게 여기도록 만든다. 공직비리는 물론이고 각종 인허가에도 뇌물, 즉 돈봉투와 연계되기 일쑤다. 소름끼치는 대형참사 사건 등에서 그 원인이 뇌물에 있음이 가끔 드러난다. 일전에 발생한 씨랜드 화재도 양어장을 수영장으로 용도 변경하는등 갖가지 변칙-불법을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시공사가 함께 놀아나는 바람에 생겨난 인재(人災)였다. 뇌물은 이처럼 사회악의 결집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뇌물의 피해는 가담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위법사항이 경찰에 적발된 뒤 이를 현장에서 뇌물로 매수하려다 큰코 다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뇌물이 거의 생활화되어 가지 않나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 20일 인천시 연수구에 사는 40대 주부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자 단속 경찰관에게 잘 봐달라고 자기앞수표(1백만원)를 건네려다 구속됐다. 이처럼 1주일 사이에 인천지역에서 돈으로 위법을 무마하려다 되려 낭패를 당한 사람이 9명, 하루 평균 1건 꼴로 발생하고 있다면 우리사회 어딘가에 큰 허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느 사회건 하나의 공동체를 유지해나가려면,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이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질서의식이 필요하다. 바른 규칙 바른 제도를 확립해 그것을 바르게 실천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는 질서문화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강력한 권리주장과는 달리 여전히 질서의식이 미성숙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교통법규와 같은 공중질서에선 무질서에 가깝고 원칙대로 하면 고지식한 사람으로 치부된다는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결국 법과 질서가 잘 지켜지는 선진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이 기초질서를 위반하지 않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개혁을 외쳐대고 부산을 떨어봐야 국민의 문화적 자질향상이 수반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