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가족 중에서 주로 누가 하는 일입니까?

 -음식을 만듭니다.

 -아기를 돌봅니다.

 -집 안 청소를 합니다.

 위의 문제는 초등학교 1학년 문제집(슬기로운 생활)의 문제다. 정답은 「어머니」였다.

 이 문제의 정답을 채점하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그리고 언젠가 모 주간에 실린 「바보같은 교과서」라는 기사가 생각났다. 그 내용을 보면, 교과서가 무의식적으로 가부장적 남존여비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직업활동을 묘사한 경우 여성이 직업을 가진 경우는 겨우 22.6% 정도이고, 직종도 교사와 간호사등 제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남녀 등장인물의 배경도 여성은 가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교과서의 내용은 무의식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구분하고, 심지어는 장래의 직업도 성에 따라서 제한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지도하게 될 것이다.

 사회의 모습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의 세계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리고 가족의 형태와 가족 구성원의 역할도 그 구분의 선이 점점 엷어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위 문제의 예로 나온 가사는 이제는 집안의 가족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의 역할 구분을 굳이 어머니로 정해놓아야 하는가?

 우리의 교육현실은 개혁돼야 할 점이 많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교과서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다가오는 2000년대 우리 나라를 짊어지고 갈 어린이들을 이런 낡은 틀에 얽매어 두고, 바보같은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게 할 수는 없지않을까?

〈인천 여성의 전화·김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