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교실에서 적지 않은 2세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숨막히는 좁은 공간에 갇혀 30℃를 웃도는 더위에 시달리면서 어린이들은 어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른들의 편의에 밀려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어째서 화물을 능률적 경제적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일정한 규격으로 만든 상자모양의 용기, 이른바 컨테이너와 같은 철재로 만들어진 교실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지 측은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잠정적인 조치이며 미구에 해소될 것이라고 당국은 말하고 있으나 지금의 형편으로 보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점에 있다.

 극심한 교실난을 겪고 있는 인천에는 지난 96년부터 컨테이너 임시교실을 이용하기 시작해 현재 9개 초등학교에서 62개의 컨테이너 교실이 있다. 한 학급수를 40명으로 어림잡아도 2천5백명 안팎의 어린이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콩나물 교실을 겨우 모면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감옥살이를 방불케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교육환경은 예산부족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교육을 뒷전으로 밀쳐놓은 채 실적올리기와 경제개발에만 몰두해 온 관계 당국의 근시안적 자세가 불러온 결과다. 어린이라는 인격체에 희망만을 강조할 뿐 그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고 있다. 어린이들이 불편없이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도록 사회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

 컨테이너 교실에는 전기시설과 같은 위험물이 있는가 하면 2층 구조로돼 있으나 화재나 붕괴 등 예기치 못한 재해나 안전사고에 대비한 별도의 대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장 컨테이너 교실 해소방안을 세워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거센 것도 이 때문이다. 씨랜드 어린이참사로 나라를 뒤흔든데서 드러났듯이 컨테이너 구조물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무엇이 잘못됐기에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바탕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겠다.

 전체 소득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할지 몰라도 실제 학교시설에 쓰인 지출은 후진국이나 다름없다는 자조섞인 얘기를 들은지 오래다. 개선책을 촉구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