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의 ‘왕오천축국전’
 혜초(704∼787) 스님은 신라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밀교를 연구하고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관한 유일한 기록인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세계적 인물이다.
 혜초는 인도 승려 금강지(金剛智)에게서 밀교를 배웠다. 금강지는 남인도 출신으로 제자인 불공(不空)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와 밀교의 시조가 됐다.
 스승인 금강지의 권유로 구법여행을 떠난 혜초는 현장과 달리 해로로 갔다가 육로로 돌아왔는데, 4년간 인도를 여행하고,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 일대까지 약 8년을 답사했다.
 장안으로 돌아온 혜초는 천복사에서 스승 금강지와 함께 밀교경전을 연구했다. 금강지가 죽은 이후 혜초는 불공삼장으로부터 다시 이 경전의 강의를 받고 역경을 시작했다. 이때 혜초는 불공의 6대 제자 가운데 제2인자로 인정받았으며, 중국 밀교의 법맥은 금강지-불공-혜초로 이어지게 됐다.
 혜초가 남긴 ‘왕오천축국전’은 1908년 중국 돈황의 천불동에서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에 의해 발견됐다. 8세기 무렵의 인도와 중앙아시아, 페르시아와 아랍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및 풍습이 언급돼 있고 음식과 의상, 산물과 기후 등도 기록돼 있어 사료적 가치가 돋보인다.
 1909년 중국학자 나진옥(羅振玉)에 의해 ‘왕오천축국전’임이 확인됐고, 1943년 최남선이 원문과 해제를 붙임으로써 국내외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