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은 시대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하며, 그 의미 또한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고구려 때부터 인천지역을 가리켜 적은 ‘미추홀(彌鄒忽)’은 지금과 똑같은 발음에, 그 의미 또한 같을까.
 국어학자 동의대 최남희(국문과) 교수는 “미추홀은 고구려때 ‘미소골(mi-su-kurV)’이라 발음했으며, 그 뜻은 ‘물이 있는 성(城)’ 또는 ‘물로 둘러싸인 성’ 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 교수는 인천대 인천학연구원이 25일 오후 4시 남동구 구월동 씨티은행에서 연 인천학세미나 ‘인천지방의 옛지명과 지명 유래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이날 발표한 ‘인천지방 고구려 지명의 음가와 그 의미’에서 삼국사기에 나타난 고구려 지명 70개를 해독, 이를 근거로 한 고구려어의 발음 규칙을 정해 인천지명에 대한 당시 발음과 의미를 규명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삼국시대 인천을 나타낸 ‘매소홀(買召忽)’, ‘미추홀(彌鄒忽)’은 음차자(音借字)로 쓰였다. 우리말을 표기할 문자가 없던 때라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기했을 뿐, 의미상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지명과의 상관관계를 따져, 현재 ‘매’로 읽는 한자어 ‘買’는 ‘미(mi)’로 발음했을 것이며, 그 뜻은 ‘물’(水, 川, 井)로 추정된다. 한자어 ‘彌’는 발음이 지금과 다르지 않다.
 ‘召(소)’는 ‘도(tu)’나 ‘조(cu)’로, ‘鄒(추)’는 ‘소(su)’로 유추된다. 소는 ‘담(潭), 연(淵)’의 뜻인 고유어다.
 당시 ‘忽(홀)’을 ‘골(kul·城의 의미)’로 읽었다면, 결국 ‘彌鄒忽(미추홀)’은 ‘미소골’의 표기자로 보인다. 그 뜻은 물이 있는 성 또는 물로 둘러싸인 성이 된다.
 이밖에도 최 교수는 고구려때 인천의 지명 4곳 중 ▲강화도의 옛 지명 ‘甲比古次(갑비고차)’는 ‘가비-고사(kapi-kusa)’, 동굴의 입구 ▲강화도의 ‘達乙斬(달을참)’은 ‘달-삼(tarV-sam), 높은 나무 뿌리 ▲강화도의 ‘休陰(휴음)’은 ‘소림-나(surimV-na)’, 쇠가 나는 땅이거나 쉬는 땅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학연구원 관계자는 “인천의 옛 지명을 언어학적으로 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시 발음과 그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지역 연구에 큰 단초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밝혀진 지명과 그 발음을 다양한 컨텐츠 개발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희기자 (블로그)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