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보자기를 풀어서 아버지는 씨암탉 한 마리를 김 감독님에게 건네 주셨다. 마침 그 날이 김 감독님의 생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가 지난 뒤에 “감독님 이제 우리 둘째 놈이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서 염전에 조수라도 취직을 시킬까 해서요?”
 김 감독님은 아무 대답이 없이 한참 무었을 생각하는 듯 하다가는 “아드님은 아직 어리고, 또 잘 아시겠지만 워낙 힘겨운 일이어서 체격 좋은 장사만 뽑아 염부로 채용하는데….”
 이미 작정을 하고 온 아버지가 그 말에 물러설 리가 없었다. 나는 방구석에서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 볼 뿐이었다. 아버지는 큰 기침을 한 번 하시고는 “우리 둘째 놈은 성품도 착할 뿐만 아니라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웬만한 장사만큼 힘이 세서 염전일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철없는 나는 제발 형이 염전에 취직이 되길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형 이름을 빌어서 뽐내고 싶을 뿐만 아니라 쌀밥도 먹을 수가 있으며, 형이 감독이 되면 그토록 차고 싶어 하던 ‘완장’을 차고, 통지표에 양·가만 수두룩 해도, 아버지가 누런 황소로 염전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 뽐내는 아이에게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으로 가슴이 마구 뛰었다. <계속>
 
 사진설명-1996년 8월26일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