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산업단지 내 공장이 잠시 쉬는 주말. 단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이 작업복 대신 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우렁찬 기합소리로 1주일간 쌓인 피로를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날이다.
 남동산단에 있는 광해태권도 종합 무술관. 같은 건물에 있는 광해골프클럽 김충렬 대표가 이주노동자를 위해 선뜻 내준, 단지 내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위한 몇 안되는 문화·체육 공간이다. 중·고등학교 태권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태권도를 전파할 사범으로 홍상용 사범(47·남구 숭의동)을 점찍었다.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홍 사범은 김 대표로부터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는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역시 오랜 외국생활을 경험한 터라 이국땅에서 살고 있는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알고 있었고, 한국사람으로 그들에게 한국에 대한 그 무엇인가를 심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결정한 것이다.
 홍 사범은 “그들을 이해하고 감싸주면서 때로는 엄한 사범이지만 한 가족처럼, 친구처럼 대해주고 있다”며 “한창 젊음을 즐길 나이에 멀리 타국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늘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 못내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이 곳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스리랑카, 인도, 방글라데시 등 10여개국 50여명. 나라와 문화는 제각각이지만 태권도 앞에서는 모두가 하나다.
 특히 홍 사범은 반듯한 ‘예’를 강조한다. 때문에 공장 근무를 마치고 도장에 들어서면 이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홍 사범에게 ‘사범님 안녕하십니까?’ 인사한다. 예를 갖는 것은 도장에서뿐만아니다. 길을 가다 홍 사범을 만나면 수련생들은 어김없이 ‘홍 사범님’하고 달려와 안긴다. 그럴 때 마다 홍 사범은 가슴이 찡해지고, 보람을 느낀다.
 홍 사범은 “이들이 태권도를 열심히 배워서 각자의 나라에서 지도자가 되고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세계에 알렸으면 좋겠다”며 “이를 통해 다시 찾는 한국, 다시 찾는 인천, 다시 찾는 남동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모든 지원을 개인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주변 행정기관이나 단체들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광해태권도 종합 무술관에서는 산업연수생을 포함, 이주노동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태권도를 배울 수 있다. 교육시간은 토·일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다. ☎(032)811-9119 /김주희기자 blog.itimes.co.kr/kimju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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