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원도 삼척엔 영화 ‘외출’로 제2의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다.
 배용준·손예진이 주연한 ‘외출’의 주 촬영무대 삼척에는 주인공들이 산책했던 ‘죽서루’(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유적지)라든가, 투숙했던 모텔, 삼척의료원, 심지어 카페, 화원까지 영화속 공간을 밟아보려는 ‘욘사마’ 일본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추석 국내 개봉을 앞둔 시점부터 숙박업소마다 日팬들의 예약이 러시를 이루기 시작, ‘욘사마보러 삼척으로 오는’ 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일본에서의 반응은 더 뜨겁다. 지난달 17일 한국 영화사상 최대 규모인 극장 321곳, 스크린 434개에서 일제히 개봉된 ‘외출’은 첫날에만 무려 1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흥행성적을 냈다. 이어 나흘 동안 33만8천명을 동원, 5억4천만엔의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는가 했더니, 개봉 12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수입면에서도 무난히 30억엔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지 신문과 잡지 등은 앞다투어 ‘외출’을 통한 한류를 다시한번 점검하고 있다.
 ‘배용준 열풍’은 영화 촬영 당시 이미 예견된 일이다. 촬영이 시작된 2월부터 8월까지 현장을 지켜보고자 다녀간 일본 관광객 수가 무려 1만3천여명이라는 것이 삼척시의 전언이다.
 8월말 배용준이 영화홍보차 일본을 방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연 시사회에는 7천여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도심 마비사태까지 빚었다. TV와 신문은 배용준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느라 열을 올렸고 경찰은 팬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헬리콥터까지 동원했다. 150만명이 신청해 300대 1의 경쟁에서 시사회 티켓을 손에 쥔 5천명의 팬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튼날까지 이어졌다.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돔구장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무려 3만명의 인파가 넘쳐났다.
 열흘뒤 서울 종로 극장의 무대인사에는 일본팬 1천여명이 달려왔는가 하면, 일부 팬들은 택시를 전세 내 홍보일정을 따라다니는 이색풍경까지 연출했다.
 강원도와 삼척시는 일찌기 ‘욘사마 관광특수’에 기대를 걸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강원도는 지난 3월과 5월 삼척을 홍보하기 위해 국내와 일본 여행사 상품기획자들을 초청한 바 있다. 또 일본 후쿠오카에 개설한 강원도사무소와 함께 현지 언론을 통해 삼척을 포함한 관광지 알리기에 나섰다. 양양국제공항에서 운항을 중단한 양양∼오사카 노선에 특별 전세기까지 투입, 개봉 시점에 맞춰 9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운항을 재개했다.
 삼척시는 지난 여름 아예 시장과 시의원들이 요코하마로 날아가 ‘한·일 우정의 해’ 이벤트에서 ‘외출’ 촬영지 비디오를 상영하는 등 시 홍보전선 선두에 섰다. 한편으로는 (비록 사업 진척이 늦어져 효과 반감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으나) 죽서루와 엑스포타운 일대에 총사업비 2억5천여만원을 들여 영화타운 조성을 추진중이다. 이에따라 ‘외출’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개봉 당시 벌써 3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들어 평창, 영월, 횡성 등 강원도 곳곳이 영화촬영지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일찌기 한국영화 사상 1천만 관객을 뚫은 ‘실미도’부터 ‘천국의 계단’ ‘풀하우스’ ‘슬픈연가’ ‘홍콩 익스프레스’까지 드라마 부문에서 인천 앞바다 섬들은 ‘시네마 천국’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화답이라도 하듯 인천시는 지난해 봄 용유도와 실미도, 신도 등 3개섬 100만평을 종합영상 메가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냈다. 용유도 일원은 영상학교와 영화제작시설, 영화인 주거단지를 갖춘 문화콘텐츠 산업단지로, 신도는 국제 테마파크가 있는 문화예술촌으로, 무의·실미도는 영화촬영세트장 기능을 갖춘 영상단지로 꾸미겠다며 동북아 최고의 문화관광 중심지 부상을 호언했다. 그러나 그 뿐, 시가 실행파일로 옮기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다.
 자치단체마다 ‘스크린 마케팅’의 ‘대박’을 근거로 각 지역에서 촬영되는 영화나 드라마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반해 인천시는 어제나처럼 초지일관 ‘강건너 불구경’이다. 이대목에서, 기간산업으로 육성 차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라도 인천시가 영상산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줄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