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정말 ‘돈’입니다. 하지만 꼭 돈뿐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4일 오후 4시 강화도 계명수려원에서 열린 한국 국공립극단협의회 제9차 연수대회에서 초청 강연에 나선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이사가 국공립 극단의 역할을 논하기에 앞서 운을 떼며 한 말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란 제목으로 한 강연에서 그는 시종 재치있는 어투로,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연설로 연극계의 구심적 역할을 해야할 국·공립 극단의 위상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1995년 창단한 극단 ‘유’가 지난 10년간 걸어온 길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면서, 민간 극단들이 처해있는 어려운 현실을 직시했다.
 유 대표는 “창단 때 극단 배우들에게 당시 도시 근로자 4인 가족 기준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해보지도 못한 채 좌절됐다”라고 말했다.
 “TV 드라마와 영화에 밀려있는 현재 연극계의 상황을 민간 극단이 극복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후배들에게 ‘연극은 왜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궁해질 때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작가와 감독의 능력에 크게 의존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절대하지 못하는 것이 무대(연극)에 있다. 연극 없이는 영화도 없다”며 예술행위(연극)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TV나 영화로 빠져나가는 젊은 연극인들에게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선, 국·공립 극단들이 그들의 ‘선망의 대상’이 돼야한다”며 국·공립 극단들에게 공공성과 독립성, 전문적인 식견,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 전문성, 지역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내 민간극단, 그리고 시민단체와 정부기관과 끊임없는 교류를 강조하기도 했다. 배우들에게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끊임없는 훈련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거울, 얼굴, 숲, 36.5도, 콩나물, 갯벌, 밥, 옹달샘, 합창 등 9가지 단어에 비유해 국공립단체들에 필요한 점을 제안했다. 정확한 조사연구를 통한 기획과 자신들의 극단을 나타낼 수 있는 공간(소극장), 사람의 온기가 살아있는 작품, 다양하고 창의적인 연극 교육, 연극을 통한 2차적 기획, 관객들이 늘상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끊임없이 샘놓는 정보 제공,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뜻과 소리가 하나로 모여 만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강조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직을 맡게된 것도 개인적 한계를 분명히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간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비교적 바르게 정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번 연수대회에는 국립극단과 인천시립극단, 경기도립극단, 서울시립극단 등 감독과 배우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주희기자 blog.itimes.co.kr/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