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10일 문학평론가 김병익 씨 등 11명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화예술위) 설립위원으로 위촉함으로써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시대가 마감하고 민간자율기구인 문화예술위가 사실상 출범했다.
문화예술위 설립위원회는 11일 1차 회의를 열어 위원장을 호선하며 정관 작성, 설립등기, 문예진흥원 재산 인수인계 등 설립과정을 거치게 된다. 설립등기를  마치면 설립위원회가 그대로 문화예술위로 전환된다. 이런 작업이 이달 말께 완료되면 문화예술위가 공식 출범한다.
문화예술위 출범식은 9월29일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9월중 분야별 소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정부 산하기관인 문예진흥원을 민간자율기구인 문화예술위로 전환해야  한다는주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장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이를 계기로 2001년 6월 국회 문광위 이미경, 정병국 의원 등이 문예진흥원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어 “순수문화예술진흥기구인 문예진흥원을 현장문화예술인중심의 지원기구로 전환한다”는 것이 2002년 대통령 선거공약에 포함되면서 전환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2003년 7월 문화행정혁신위에서 문예진흥법 개정안 초안이 마련됐고, 이듬해  3월 국회 문화관광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나 제16대 국회가 폐회함으로써 법안이  자동폐기되는 등 곡절을 겪었다. 이어 2004년 12월 문예진흥법 개정안이 제17대  국회본회의를 통과하고, 올해 1월 27일 법안이 공포됐다.
문예진흥위가 출범함으로써 1972년 8월 14일 문화예술진흥법 제정을 거쳐  이듬해 3월 문화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설립된 문예진흥원은 33년 만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정부가 원장과 사무총장을 임명해온 문예진흥원의 독임제 체제는 기존 예술장르의 해체, 장르간 혼합 등 복잡해진 예술환경의 변화를 수용해 현장 중심의 지원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문화예술인들은 기금의 수혜자라는 소극적 입장에 머물렀고, 관주도의 지원정책 등의 관행으로 문화예술계의 지원이 편중, 왜곡됐다는지적도 받았다.
문예진흥원이 문예진흥위로 전환됨으로써 향후 예술진흥을 위한 지원정책은 관주도에서 민간자율로 바뀌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국고와 문예진흥기금으로 동시에 운영돼온 예술가와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창구는 문예진흥위로 일원화된다.
문예진흥위 출범을 계기로 기존의 지원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 원칙에 따른 소액다건식 지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재원배분으로, 연례사업과 행사 위주의 단발성 지원은 다년간 지원제도로 바뀔 예정이다.
예술작품 창작 위주의 지원은 창작·유통·소비 등 예술현장 중심으로 바뀌고, 탈장르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앙 위주의 일방적 직접 지원방식은 지역과 민간이 협력하는 지역 분권식 지원방식으로 전환하게된다.
문화관광부 김갑수 예술정책과장은 “문화예술위의 특징은 자율성, 다양성, 현장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관 주도형의 각종 지원정책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무엇보다 문화예술계의 현장에서 필요한  사안을 곧바로 지원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졌다”고 출범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나 문예진흥위가 당초 의도대로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고 이를 효율적인 정책으로 연결해내려면 시스템이 합리적이고 정교하게 작동해야한다. 자율성의 강화는 엄중한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문화예술위의 각종 지원정책이 문화예술계의 특정 부류에 쏠린다는 의심을 받거나, 지원대상의 선정과정에서 불거져 나올 여러 이익단체들의 다양한 요구와 불만을 조정해내지 못한다면 자칫 무능력한 기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더군다나 현장 예술인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묻힐 경우 국가적 차원의 지원정책이나 중장기 비전은 마련하지 못한 채 눈앞의 현안에 끌려다닐 염려도 있다.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거시적 차원의 지원정책을 놓고 정부와 효율적으로  기능을 조정해야 할 것이고, 사무처는 전문화된 예술행정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인력을 보강해 민간 위원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설립위원 공모에서 전직관료 등 문화행정가들이 상당수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분야별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위원추천위원회(위원장·이상만)가 현장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뽑은 것은 문예진흥원을 문예진흥위로  전환한  취지에부합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위가 기존 관행을 깨고 문화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창립위원이 된 11명의 위원들이 새로운 역사를 어떻게 써나갈지에 달렸다. 내달  구성될 장르별, 기능별 소위원회와 지방위원회(재단)의 활성화도 문예진흥위가 제자리를잡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