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웰로에 들어서서 곧장 걷는다. 걷고 걸어 지칠 때까지 걸어가면 바로 그 앞에 보이는 집이 내집이다.』

 영국의 시인 앤드루 랭이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일러준 말이다. 그는 런던 교외에 살고 있었다. 번지수가 아니고도 찾아갈 수 있었다면 아무리 호젓한 교외였기는 하나 가로가 반듯하고 분명해서 찾기가 수월했던듯 하다. 구미의 도로들은 대개가 이러하다.

 뉴욕의 중심가 맨해턴은 특히 더 그러하다. 남북으로 길게 장방형을 이룬 맨해턴섬은 전체가 하나의 바둑판이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동서와 남북으로 방안지를 그리듯 반듯하게 도로가 놓여있다. 명칭도 남북으로는 Avenue 동서는 Street이다. 동서의 스트리트는 남단에서 1번로로 시작 북으로 215번로까지 올라간다. 남북의 애버뉴는 동에서 서쪽으로 가면서 11번가가 끝이다. 이쯤되면 아무리 초행길이라도 어디든 찾아가기가 용이하다.

 이같은 이상적인 가로망을 우리 인천에서 찾으려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곳곳에 도사린 작은 구릉을 피하여 도로가 뚫린데다 변변한 메인도로 한곳 없는 인천에서 그것이 가당치가 않다. 하긴 인천에도 도로마다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 지난 85년 21개 노선에 역사 유래 등을 인용 작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까지 제대로 불려지는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예를 들어 『인하로』는 인하대학 후문에서 신기촌으로 해서 구월동 순복음교회로 향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당초 시측의 안은 『학원로』였는데 그때 지명위원회에서 인하대학을 전제로 내놓은 안이라면 차라리 인하로로 하자고 해서 그렇게 정했었다.

 최근에 도로명의 부여를 놓고 부쩍 활발하다. 지자체와 단체들이 도로명 짓기를 하겠다고 각각 나서고 있다. 그러나 너도 나도 경쟁적이다 보니 졸속이 따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도로명은 뜻이 있고 부르기 쉬우며 널리 불려져야 한다. 지어놓고 불려지지 않는다면 허명일 뿐이다. 시민들이 애용하는 작명이어야 하며 우선 전문가들의 통일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