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경 정치부장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귀로에 느끼는 우리의 도시 이미지는, 그들의 입국 경유지에서 받은 첫 인상이 내내 큰 영향을 준다는 조사를 본 적이 있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온 이들은 그 만큼의 대한민국이나 서울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고 상당 기간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인들이라면 어떨까.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진입하는 지방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분당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들 모습으로 서울 이미지를 굳힐지 모르고, 구리나 청량리를 경유하면 이곳이 서울인지 지방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인천항, 서해안고속도로, 경인고속도로 혹은 부천 등 배후도시를 경유해 인천에 들어오는 이들은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촌평을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인천출신 건축비평가인 전진삼씨의 ‘조리개속의 인천’(스페이스타임 刊)과 인하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국내 종합건축사무소에서 일한 바 있는 이안씨의 ‘인천 근대도시 형성과 건축’(다인아트 刊)이라는 두권의 책을 읽었다. 인천이라는 도시공간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됐고 현재 어떤 모습이며, 앞으로 어떻게 디자인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개항기 근대건축물과 낡은 가옥·건물로 대표되는 구도심, 젊은이들로 독특한 문화가 형성돼 있는 주안역 주변, 새로운 단장에 한창인 차이나타운, 세계화를 향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등 그 어떤 도시보다 복잡한 얼굴이지만 그 만큼 멋진 변신의 가능성이 큰 도시가 인천이다.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 추진으로 구도심권의 낙후가 더 가속화할 것이란 판단에 따라, 구도심 재생이란 개념을 정책에 도입해 추진중이다. 시청에 도시디자인을 전담하는 팀을 구성해 도시 이미지 바꾸기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시가 도시 균형 발전에 도시 디자인 개념을 제대로 접목시킬 것이라는데 시민의 신뢰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 지난 30여 년 간 국가 주도로 난맥을 이룬 도시 산업 공간을 어디서부터 손댈 지 난감하기도 하려니와, 중앙정부의 개입을 배제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또한 현행 제도나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도시 재구축을 시행해야 하므로, 과감한 개선을 위해 스스로 법령을 파기해야 할 지도 모르는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최근 서울의 벤치마크가 될 박물관이나 대기업 사옥이 외국의 건축 설계가들에 의해 고안되면서 500년 도읍지의 역사성이 해체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다른 난개발의 유형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럽 국가들의 도시이미지는 유명 건축가들의 손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 백 년에 걸쳐 지역의 전통 이미지를 지켜 온 주민들과 지방정부가 자연스럽게 호응한 탓이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용역을 받아 바닥재를 들어낸 한 건축가의 과감한 집행 때문이 아니라, 인사동을 사랑하는 문화인들의 비판과 잇단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건축전문가들로만 구성된 도시건축위원회가 시민들과 괴리를 겪는 것은, 천 년을 살 듯이 생활 공간을 꾸려가고 있는 시민들이 없는 ‘내 마음의 도시 공간’구축을 시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들의 동의를 구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돌파구로 삼아야 되지 않나 싶다. 즉, 소지역별로 주거와 문화 생활 공간의 재구축을 차분하게 추진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듯 싶다.
 건물의 디자인과 외벽 색채, 주변 건물과의 조화 등을 건축물 심사의 요건으로 넣는다거나, 옛 건물을 헐고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도 그 건축물이 인천이라는 도시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옛 건물을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보존하면서 더 유용한 공간으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금상첨화다.
 시정 책임자를 비롯해 정책입안 및 수행과 직접 연관있는 공무원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한 끊임없는 홍보와 설득 노력, 시정 책임자가 바뀌더라도 일관되게 밀고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도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의욕과 자금을 앞세워 건립한 건물, 혹은 ○○거리, ○○타운 등이 오히려 부조화와 촌스러움 등으로 외면당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반면에 도시 코디네이터라 할 전문가들의 충분한 조언과 시민 의견 수렴을 거치며 오래 차근차근 완성해나가 호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