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스포츠가 지상파 방송사를 제치고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등의  중계권을  독점계약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방송가가 술렁이고 있다.
케이블TV 스포츠채널 ’엑스포츠’를 보유하고 있는 IB스포츠는 올해부터 미국 프로야구 국내 중계권을 따내면서 이미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 시대를 예고했다.
이번 AFC 경기 중계권을 IB스포츠에 빼앗긴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3일 방송협회에서 스포츠국장단 긴급회의를 갖고 공동대응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대처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 3사는 이날 합의에서 국회와 방송위원회 등과  협력해  국가대표의경기 등 국민의 관심이 높은 스포츠 이벤트 등을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을  통해 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와 IB스포츠간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외화낭비’ㆍ’매체간 균형발전’ 논란 = 지상파방송사는 “지금까지 3사가  ’코리아 풀’을 구성해 공동으로 중계권을 협상해왔으나 IB스포츠가 뛰어들면서  중계권가격을 높여 외화를 낭비하게 됐다”며 IB스포츠를 맹비난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AFC와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아시아 예선의 한국  경기를  중심으로중계권을 구매하는 협상을 진행중이었으나 IB스포츠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해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한다.
또한 IB스포츠가 AFC가 주관하는 경기 중 인기가 없는 경기까지 패키지로  계약해 가격만 올려놓았으며 이는 IB스포츠가 미국 프로야구 중계권을 따낼  때와  같은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IB스포츠는 AFC의 대행사인 월드스포츠그룹과 4월에  계약한  가격을밝힐 수 없지만 중계권 인상률 등을 고려한 것으로 방송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IB스포츠는 또 이번 계약은 계약금만 내고 중계권 재판매 수익을 AFC와  IB스포츠가 나눠갖는 구조로 한국의 중계시장 규모 등을 감안해 최소 중계권료를 보장하고초과 수익을 배분하기 때문에 외화낭비로 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IB스포츠는 중계권과 스폰서 유치 등 포괄적 제휴이며 우리나라만 지상파방송사가 풀단을 구성하고 있어 선진 스포츠마케팅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IB스포츠는 매체간 균형발전 문제를 들고 나왔다.
IB스포츠는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케이블과 위성, DMB, IPTV, 전광판  등  모든플랫폼에 대한 방송권을 확보했으며 모든 매체에 재판매함으로써 지상파가 독점해온것과 달리 매체간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 책임연구원은 ’2002 한일 월드컵 방송’  보고서에서“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계권을 지상파 3사가 중심이 돼 구매했기 때문에 타  매체의 균형발전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다른 매체와의 균형발전을 기할 수 있는 기회는 결국 지상파 중심의 독과점적 방식으로 분배되고 이윤을 남기는 구조로 귀착됐다”며 “이러한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월드컵 중계권과 같은 콘텐츠를 통한 배분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편적 접근권’, 협상의 변수 되나 = 지상파 3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영국,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편적 접근권’(유니버설 액세스)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보편적 접근권이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이벤트나 문화행사 등을  누구든지 무료로 볼 수 있는 권리.
방송위도 이미 연구센터에서 ’보편적 접근권’ 관련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1996년 올림픽과 월드컵 등 전국민적으로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유료방식에 의한 독점 방송을 금지하고 지상파의 무료방송에 의한 방송권을 확보하는 법률을 개정했다.
영국의 경우 ’글로벌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유료 위성방송 BskyB가96년 ’특별지정행사’(listed events)인 올림픽의 유럽 방송권 획득에 처음으로 나선것을 계기로 국민 누구라도 빅 스포츠를 시청할 권리를 지키려는 여론에 따라  방송법이 개정된 것.
또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의 미디어기업들이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방송권을 독점적으로 획득하고 유료방식으로 스포츠 방송을 제공하는 경향이 나타나자 97년 개정된 유럽연합(EU)의 ’국경이 없는 방송지침’은 각국에서 중요한  경기에대해서는 무료방송에 의한 시청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케이블TV가 국민에게 널리 보급돼 있었고 EU의 무료방송 개념에는 가입요금을 지불하는 케이블 시스템도 포함되기 때문에 영국의 ’무료지상파’와 정의는 다르다.
영국이 98년에 지정한 ’특별지정행사’ 가운데 ▲올림픽 ▲축구(월드컵 결승,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 토너먼트, FA컵 결승, 스코티시FA컵 결승) ▲윔블던  테니스결승 ▲경마(그랜드내셔널, 더비) ▲럭비(챌린지컵 결승, 월드컵 결승)  등은  무료지상파에서만 방송할 수 있다.
IB스포츠측은 ’보편적 접근권’ 정책이 도입되더라도 이번에 확보한 월드컵과 올림픽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이 영국의 ’특별지정행사’와 같은 수준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사들은 영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영국의  ’특별지정행사’에 예선전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가대표의 주요 경기는  보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특별지정행사’의 기준은 국민을 통합하는 국가적 연중행사이며 유명한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 팀 혹은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라는 점을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편적 접근권’이 도입되고 IB스포츠가 확보한 경기가 특별지정행사에 포함된다면 IB스포츠는 지상파가 아닌 방송사업자에게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지상파방송사가 협상에 유리할 수도 있다.
다만 지상파방송사가 광고수입 등에 따라 중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성격의  경기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상파가 협상의 우위에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