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씨 집에서 압수한 도청 테이프와 녹취보고서의 내용이 이미 정치권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대두돼 공씨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이들 도청자료를 압수한 이후 상부 보고도 제한할 정도로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도청자료가 밖으로 빠져나갔을 개연성은 거의 전무한데도 도청물  유출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은 최근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국민의  정부시절 있었던, 전 국민이 경악할 엄청난 사건이 (도청물에) 담겨 있다"고 말해, 정치권이 `판도라의 상자' 내용을 일부 들여다 본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정치권에서는 또 검찰이 압수한 자료에 `김영삼 정부가 당시 야당인 DJ측  유력정치인들과 재벌 총수, 언론인 등을 상대로 한 도청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구체적으로 내용을 언급하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은 X파일 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정보력을 근거로 대략적인 내용을 조금씩 언급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안기부 도청 파문이 불거진 뒤 미림팀이 작성한 도청 자료가 국정원을  통해 여권으로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있다.
    위헌,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여권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테이프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며 연일 강공을 펼치는 데에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게 이 의혹의 근거논리다.
    여권이 국정원 등을 통해 공운영씨가 빼돌린 도청자료 내용을 이미 파악,  약점이 될 만한 게 없다는 자신감이 도청자료 비공개에서 공개 쪽으로 급선회한  배경이라는 얘기다.
    공씨 등 전ㆍ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 등 중요한 고비 때마다 `훗날을  위해' 자신들이 빼돌린 자료를 정치권 핵심 관계자들에게 넘겼을 것이라는 의혹은  기정사실인 것처럼 거론되고 있다.
    공씨 자신도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측에 `은밀히 선을 대'  순수민간차원에서 도왔다고 자술서에서 진술했다.
    20년 넘게 정보 기관에 몸담아왔던 공씨는 대선 정국에서 이  후보측에  자신이 갖고 있던 각종 정보를 제공했을 개연성을 높게 해주는 대목이다.
    또 공씨가 한나라당에 모종의 정보를 제공했다면 이는 이번에 검찰에 압수된 도청 자료에도 들어있었을 것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심하고 있다.
    공씨는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개인  후원회인  부국팀에서 조직관리를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청년 비선조직인 청죽회 회장을 맡았다는  소문은 이런 추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따라서 도청 자료가 대선 정국에서 활용됐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가  이뤄진다면 밝혀지겠지만 공씨가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도청 자료들을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에 유출했을 개연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공씨가 1999년 여름 테이프를 반납했을 때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이 그를 처벌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정보가 특정 `정치세력'에게 제공됐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공씨가 자료를 한나라당에 제공했다면 2002년 대선 이후 일수도 있어 보인다.
    DJ측에 치명적인 내용이 도청자료에 담겨있었다면 2002년 대선정국에서  활용됐겠지만, 당시 선거 정국에서 그런 자료가 폭로되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반대 진영에 넘겨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4일 구속된 공씨를 상대로 도청자료 외부 유출 가능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 쪽으로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