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 한 명 한 명이 친 동생 같고 자식 같습니다.”
 국내 최초로 프로축구 한방의료지원단을 결성, 인천 유나이티드FC의 한방 주치의를 맡고 있는 남윤석(48·안산한의원 원장) 단장의 말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아마도 한의사보다는 축구 선수가 됐을 것이라는 남 단장은 축구에 관해서 만큼은 마니아 수준을 뛰어넘어 광적인 팬이다.
 인천 선수들이 뛰는 곳이라면 멀리 부산에서 열리는 원정경기도 마다않은 그는 지난해 팀 창단과 맞물려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인천한의사회 소속 한의사 10명으로 구성된 한방의료지원단을 결성했다.
 당시 주치의 한 명도 두지 못하는 국내 프로축구 실정에 그것도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신생구단에서 한방의료지원단을 도움을 받는 다는 것 자체만으로 화제였다.
 하지만 남 단장은 팀이 정상에 오를 때까지 최대한 언론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괜히 자신에게 비춰진 스포트라이트가 팀과 선수에게 그림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남 단장은 또 2군에서 땀흘리는 선수 가운데 자체적으로 MVP를 선정, 보약을 선물하기도 한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의 경우 스스로 몸을 챙기겠지만 아직 그럴 형편이 못되는 프로 선수들도 많다”며 힘 닿는 데까지 돕고 싶다고 말한다.
 남 단장의 이 같은 정성은 비단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인천이 낳은 월드컵 스타 최태욱과 이천수도 무명시절 남 단장이 지어준 보약을 먹었고, 부상을 당했을 때는 무상으로 치료도 받았다.
 남 단장의 꿈은 국가대표팀에 한방의료지원단을 만드는 것이다. 태극전사들 곁에 한방 주치의가 없어 아쉽다는 남 단장은 “이미 외국에서는 한방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팀 닥터로 한의사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셀미르가 지난 전반기 경기에서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침술로 빠른 회복을 도운 경험이 있다. 또 ‘용병’ 라돈치치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보약을 지어 줘, 인천팀 전력 누수를 막은 그다.
 “격렬하게 몸으로 부딪히는 축구는 그만큼 부상 위험이 많습니다. 축구가 서양에서 시작됐다고 해서 꼭 양의로 치료할 이유는 없지요. 큰 부상이 아닐 경우 한방으로 응급 처치했을 때 더 빠른 회복을 가져올 수 있도 있습니다.” 힘실은 말에 소신이 묻어난다. /지건태기자 blog.itimes.co.kr/gunt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