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 도원동 ‘황골 고개길’ 주민들은 요즘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 오르 내리기 조차 끔찍했던 콘크리트 옹벽의 70계단이 근사한 산책로로 변신중에 있기 때문이다.
 “내 집 앞에 꽤 괜찮은 공원이 생긴 셈예요, 이 달 말쯤에 ‘공사가 다 끝난다’고 하니 가슴이 설레이죠.” 17일 오전 11시 계단 꼭대기에서 마무리 단계의 공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민 김모(63·여)씨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계단 하나가 동네 이미지를 이렇게 확 바꿔 놓을 수 있어요.” 20여 년을 도원동에서 살아 온 김씨 마음 속에서 70계단은 ‘피하고 싶은 곳’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해 10월 만해도 70계단은 뒤떨어진 동네 모습 그대로였다.
 빗물이 스미는 슬레트 지붕의 달동네로 이어지는 높이 12m의 계단 옆에 콘크리트 옹벽, 이유없이 넓은 10m의 폭에 알루미늄의 중앙 분리대와 녹색 철재 난간 등이 주민통행이 뜸한 70계단을 지킬 뿐이었다.
 이젠 달라졌다. 동네 쉼터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구가 계단 주변의 낡은 건물 예닐곱 채를 사들여 헐어내고 공원을 꾸미고 있다.
 트럭과 승용차 등 동네 차들이 주차장으로 쓰던 짜투리 땅은 화강암 판석과 잔디 등으로 치장한 광장으로 만들었다. 알루미늄 중앙 분리대가 차지하던 계단의 한 가운데는 분수와 키 작은 소나무, 대나무 등으로 조경을 했다. 옹벽과 낡은 건물이 있던 곳은 키 25m 이상의 소나무와 단풍나무, 벚나무 등으로 그늘을 드리웠다. 계단을 끼고 벽천에는 물이 흐르게 된다. 계단 주변 곳곳에는 데크포장과 지압보도, 주민 운동시설을 설치했다.
 계단 정비사업에는 7억여원을 포함해 건물 매입비 등 총 사업비 30억원이 투입됐다.
 도원동 70계단의 정비는 단지 낡은 것을 새 것으로 바꾸는 ‘공사’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민 스스로 가꿔 나가는 ‘동네의 마당’이다. 동네 행사가 있을때 70계단 주변 광장에 모여 의논하고 즐기는 열린 공간이다.
 구 한 관계자는 오는 28일 공사가 모두 끝나는 도원동 71∼44번지 일대 600여 평의 70계단은 도원동의 새로운 문화와 정서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기대했다. /박정환기자 (블로그)h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