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프랑스항공(AF)에 이어 네덜란드 KLM항공 지점장, 인천공항 항공사위원회(AOC) 위원장까지 맡아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쉬는 날 없이 24시간 숨가쁘게 돌아가는 인천국제공항. 그 안에서도 가장 바쁜 사람이 있다. 이영길(48)지점장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 81년 노스웨스트 항공에 입사한 뒤 97년 에어 프랑스로 자리를 옮긴 이 지점장은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짧게 느껴지는 날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줄곧 에어 프랑스 지점장을 맡아온 그는 지난 5월 에어 프랑스가 네덜란드의 KLM항공을 인수·합병하면서부터 KLM항공 지점장을 겸직하고 있는데다, 인천공항에 취항하고 있는 국내외 54개 항공사를 대표하는 인천공항 항공사위원회(AOC)의 위원장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장은 오전 7시에 출근해 두 항공사의 e-메일을 정리하고 에어 프랑스 항공기가 이륙하는 오전 9시45분 현장으로 달려간다. 프랑스 항공기가 출발하면 12시45분에 이륙하는 KLM항공 현장을 이동해 고객의 불편사항을 체크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한다.
 “항공업무 중에서도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듣는 것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늘 현장에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에어 프랑스는 인천공항에서 여객기 7편, 화물기 2편과 대한항공과의 코드쉐어(좌석 공유) 7편 등 주 16회 운항되며, KLM항공은 주 7회 운항된다. 이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면 늘 현장에서 이 지점장을 만날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54개 항공사를 대변하는 AOC 위원장을 맡은 그는 기상청이 부과하는 기상정보료를 절감 한데 이어 최근에는 항공사들이 가장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 심야 대중교통 연장을 놓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오후 8시를 훌쩍 넘겨 피곤에 지친 몸으로 퇴근한 이 지점장은 집에서도 밤늦게까지 낮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해결한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부천에서 공항신도시로 집을 옮긴 그는 여름휴가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영어, 일본어, 프랑스에도 능통한 그는 KLM항공 지점장까지 맡은 이후 네덜란드어 공부를 시작했다. 승객들과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지점장은 인천공항에 대해 대단히 훌륭한 시설을 갖췄다고 극찬하면서도 공항의 주체인 항공사들을 소홀하게 대하는 것 같다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인천 공항은 외국의 많은 항공사들을 유치해야 부대 효과도 높아지는데 외항사를 유치할 만한 유인책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이 지점장은 인천공항이 허브공항으로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외항사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준철기자.blog.itimes.co.kr/terry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