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상반기 인천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주목을 끈 사건은 동양제철화학 이회림 명예회장이 평생 수집한 고미술품과 ‘송암미술관’을 조건없이 인천시에 기증한 일이다.
 송암문화재단과 인천시는 지난달 13일 미술관 무상인수인계 협약식을 갖고 미술관 부지와 건물, 소장품을 시민들에게 내놓았다. 익히 알려진 이 회장의 골동품 수집벽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국보급 인 겸재의 ‘노송영지도’를 비롯해 장승업·심사정·김정희의 서화류, 이당 김은호·운보 김기창의 역작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소장품이 화려하다. 무려 8천437점에 달한다고 하니 수치상 단순비교할 경우 4천300여 점의 고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인천시립박물관의 2배 수준인 셈이다.
 2002년 예술의 전당 서예관이 박물관으로 등록한 것을 축하가히 위해 한 고서점 주인이 서예작품과 고문헌 490여점을 기증했다든가, 경남도립미술관 개관 당시 화랑 대표가 억대 미술품을 내놓았다는 등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 송암미술관 기증은 규모면에서는 가히 최대로 기록될 만하다. 이미 1년전 이 회장은 공공 재산으로의 사회환원 의중을 표명, 내부적으로 소장품 목록 재정비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송암재단측은 전해왔다.
 유물 예산 구입비가 낮은 박물관 현실을 들추어볼 때 기증문화는 컬렉션 확보와 관리를 위해 필요한 미덕이다. 또한 유물 소유개념을 사회적 공유 개념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특히 ‘시립미술관조차 없는 인천광역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기증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 대목에서 미술관은 차치하고 지역내 박물관 실태를 들여다보면 한없이 비참해 진다. 국내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립박물관은 단 한 점의 국보나 보물을 소장하고 있지 않다. 매년 유물구입 예산은 미미한 수준인데다 학예연구사 등 전문인력도 열악한 상태다.
 해서, 인천시가 해결책으로 나선 것이 이번엔 중구난방식 구·군별 테마박물관 건립이다보니 각계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비슷한 테마의 중복, 예산부족과 계획성 결여에 따른 실시설계 단계부터 차질, 전시유물 부족, 향후 운영방안 미흡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수 없는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문화계는 지역내 미술관을 포함한 박물관간 운영 전반에 걸친 유기적인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힘 실어 제안한다.
 경기도박물관의 운영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여러 시설을 분관체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도는 경기도박물관 옆에 백남준 미술관과 어린이 박물관을 건립, 이 지역을 박물관 공원으로 벨트화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경기도박물관은 현재 고고미술실, 민속생활실, 자연사실 등 6개 테마로 나눠 유물 기획전에 중점을 두고 운영중이다. 여기에 상반기 완공 예정인 백남준미술관은 상설·기획전시실과 창작공간을 축으로 테마전시관 형태를 띠게 된다. 국내 최대 규모로 내년 말 문을 여는 어린이박물관은 유물 모형을 직접 만질수 있는 전시장과 역사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광의의 개념에서 동질적인 이들 시설은 기능적으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한 곳이 더 있다. 내년 상반기 안산에서 개관하는 경기도미술관도 박물관의 분관형태로 운영된다. 분관체제의 장점은 전문가 집단에 의한 통합운영을 통해 유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시설별 중복 투자를 막는다는 점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이 개관 60년을 맞는 내년 4월1일 재개관할 요량으로 전시·교육공간 확대에 따른 유물 구입, 전문인력 확충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시 송암미술관 이야기로 돌아가서 인천시는 이달중 미술관 인수·인계단을 구성하고 소장품 대장을 작성하는 한편 향후 운영방안과 예산, 인력 등 구체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잠정적으로 잡은 재개관 일은 내년 6월. 계획대로라면 비슷한 시기에 지역성을 담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문을 열게 된다.
 제1호 시 산하 미술관이 기증자의 유물에 대한 철학을 계승하면서 독특한 컬러를 갖은 공간으로, 한편으로는 공공적인 기능을 극대화한 시설로 시민 품에 돌아오길 기대한다. 더불어 시립박물관과 연계해(굳이 분관체계가 아니더라도) 기능적으로 상호 문화벨트를 형성할 수 있도록 시가 깊이 숙고하길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