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의 지난 한 해 성적표가 나왔다. <본보 6월9일자 5면 보도>
 지난해 4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을 때 그들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앞다투어 했던 공약중 1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지켰고, 지키려 노력했는가를 출입기자가 분석한 자료다. 
 1년 남짓의 기간으로 의정활동의 남은 3년을 예단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기사는 아니고 또한 항목마다 딱 떨어지는 통계 수치가 뒷받침되는 것이 아닌 만큼 진행률을 산출하기도 어렵다. 특히 의원 후보 개개인과 정당 지지를 병행한 새로운 선거였던 만큼 지역구 의원에게 경제, 사회, 정치 등 전국적인 현안들을 책임 추궁하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당시 그들이 내걸었던 공약을 되새김으로써 투표에 참가한 시민들이 가졌던 기대를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의의가 있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선거는 초등학교 학급회장에서 대통령 선출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인 현상이 발견된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은 물론이고 심지어 영양사 역할까지 야무지게 해내겠다는 공약이 나온다. 구 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는 구청장, 국회의원, 장관 역할을 다 해낼 것 같은 공약으로 입에 침이 마른다. 한편 국회의원은 동장, 구청장, 시장이 할 일을 다 해낼 듯이 구구 절절한 공약 이어달리기가 난무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도로 닦고 다리 놓고, 열차 정거장 만들고…. 그 공통적인 현상이란 직무를 제대로 구분 못한다는 점이다.
 이번 취재에서도 역시 국가 차원에서 매달려도 해결하기 어려운 거창한 공약, 국회의원보다는 자치단체장이 해결해도 될만한 공약,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공약들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나듯이 선거기간 중에 이들이 토해내는 공약에 대해 합리적인 반론의 기회가 마련되지 않는 것이나, 사후 이를 추궁하겠다는 시민의식이 부족한 점도 한 몫 거든다. 그 중에서도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다행히 선동과 선전으로 얼룩진 정치 풍토를 일신하고 새로운 시민운동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저변의 움직임이 있기도 해 한 줄기 희망이 엿보인다. 중립적인 입장의 지역 인사들로 평가 포럼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언론은 언론대로 지역에서 선출된 지도자들에 대한 후속 보도를 강화함으로써, 앞으로는 준비되지 않은 혹은 갓 준비된 열혈 출마자들이 겁(?)없이 선거판에 뛰어 들지 않도록 유의시켜야 할 일이다.
 그러면 누구에게 정치를 맡길 것인가.
 중국 진나라의 시인 도연명은 마흔 한 살의 중년이 돼서야 현령 자리에 올랐다. 부임 80일만에 상급 기관인 군에서 내려온 감독관을 영접하게 되었는데, 그는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인 듯 했다. 의관을 갖추고 나가 뵈올 것을 아랫 사람들이 재촉하자 “쌀 다섯 말의 봉급을 얻기 위해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힐쏘냐”고 탄식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귀거래사(歸去來辭)’가 탄생한 것이 이 즈음이다. 그러면 도연명에게 정치를 맡기면 옳겠는가.
 관중(貫中)과 포숙아(鮑叔牙)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다. 그런데 제나라의 임금이 위중한 상태의 관중을 문병와서는 ‘너를 대신해 이 나라의 정치를 포숙아에게 맡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관중은 일축한다. ‘포숙아는 사람됨이 깨끗하고 청렴한 선비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은 사귀지 않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들으면 평생 잊지 않는 사람입니다. 결국 바른 말로 임금을 구속하고 밝은 눈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거스를 것입니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자신이 임금보다 덕이 모자란다고 여기고 자기 보다 못한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관중의 주장이다. 현명함을 과시하지 않는 자가 민심을 얻는다는 뜻이다.
 선거벽보에 성과를 알 수 없는 열두 줄의 경력과 공약 사항을 나열하는 후보보다는 한 가지 경력으로도 훌륭한 업적을 쌓은 후보가 자신의 공약에 충실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투기꾼 마냥 치고 빠지는 요령이 판치는 정치 풍토를 인천 출신 정치인들이 바로잡아 갑시다”고 외치면 여러분 모두 호응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