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단의 한 축인 미술협회 인천시지회가 올 가을 ‘기록에 남을 만한’ 미술 축제를 연다. ‘2005 인천 아트페스티벌’(가칭)로 명명한 행사는 다름아닌 아트 페어(art fair)다.
인천미협은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는 한편, 시민들에게 좋은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을 주겠다는 취지를 걸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 100여 명이 ‘나만의 부스’를 꾸미는 군집 개인전이 행사의 중심에 있다. 더불어 동시대 미술을 대변할 수 있는 작가들을 초대하는 현대미술관과 영상관, 판화시현관, 미술체험관을 운영한다. 행위예술가를 초대하는 퍼포먼스에 야간 영상쇼, 학술 심포지엄을 붙였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9월 끝자락에서 7일에 걸쳐 인천종합문예회관 전관에서 펼친다는 것이 기본 구도다 .
미술 견본시장을 뜻하는 아트 페어는 예술가들에게 미학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대중들과 만나 대화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준다. 특히 작가와 큐레이터, 미술애호가와 수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시장을 활성화하는 촉매 구실을 할 뿐만 아니라 미술계 흐름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아트페어가 무려 30여 개에 이르는 데다 올해에도 족히 50여 개는 개최될 것으로 미술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은 유독 이같은 미술 흐름에 비켜 서 있었다는 점에서 한참 늦기는 했지만 올 가을 행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수 많은 아트 페어중 국내 대표적인 행사로는 ‘마니프(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와 ‘한국 국제아트페어’로 압축된다.
마니프는 1995년 ‘미술의 해’ 선포를 계기로 문화체육부와 ‘95 미술의 해 조직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창립전을 열었다. 지나치게 화랑중심으로 편중된 당시 미술시장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내걸고 가격정찰제를 도입, 작가와 관객이 직접 만나 작품을 파고 사는 장을 일궈갔다. 행사 내용의 확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국·내외 작가 초청전은 물론이고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차세대 작가전, 작가 세미나 등 상업성과 예술성을 함께 추구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행사에 초대된 작가 수만도 1천명을 넘어섰고, 미술 대중화와 미술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사)한국화랑협회 주최로 포문을 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도 단숨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매매를 위한 기본적인 미술품 전시, 새로운 미술 동향을 소개하는 기획전, 그리고 미학적 관심과 학문적 성과를 축적해가는 학술세미나를 세 축으로 세워 미술향유자와 수집자를 위한 시의적절한 정보제공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 인천에서 대규모 미술 견본시장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9년 가을 ‘인천미술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인천아트페어(IAF)가 개최돼 문화·예술계로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보름간 일정으로 진행된 박람회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포함해 120여 명이 참여, 당시 지방에서 열린 행사치고는 꽤 큰 규모였다.
많은 시민들이 박람회를 다녀갔고 작품을 구입했으며, 그 결과 대부분 참여 작가들이 “만족할 만 하다”라고 평가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행사는 ‘단 한번’으로 끝나버렸고 서서히 시민들에게서 잊혀져 갔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제 2의 IAF가 열리지 않은 큰 요인중 하나는 역시 관(官)의 무관심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앞서 열거한 두 행사의 성공 이면에는 문화관광부와 서울시의 ‘든든한’, 그리고 ‘지속적인’ 후원이 자리하고 있다. 변변한 화랑 하나 없는 인천의 현실을 들춰볼 때 미술 시장이 펼쳐지려면 인천시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올해의 행사 소식을 접하면서 맘놓고 기뻐하지 못한 부분이 바로 이점이다. 설상가상 기획단계에서 인천미협의 적극적인 후원자로 나서겠다던 인천시가 막상 실행에 들어가자 슬그머니 발뺌을 했다는 후문은 한없이 우울하게 만든다. / 김경수기자 (블로그)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