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5시, 인천시 남구 주안 5동 주안북초등학교 교장실에 40대 중반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설레는 가슴을 누르며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한상언 교장(59)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들을 따스하게 맞았다. 34년만에 만나는 사제간의 정은 조용하면서도 뜨거웠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이날 주안북초교를 찾은 이들은 화성군 비봉면 유포리 비봉국민학교 유포분교 졸업생들이다.
 지금은 없어진 유포분교는 한 교장이 27세때 처음 부임했던 학교. 1971년 4월, 3학년 담임으로 분교에 부임할 당시 3학년 학생은 모두 47명으로 개교 이래 가장 많았다.
 졸업 후 비봉, 수원, 인천 등지에 흩어져 살던 이들 급우 중 18명이 이날 다시 34년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71년 당시 열악하기만 한 농어촌 유포리에서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도시락을 싸오게 해서, 방과후 공부도 하고 놀이도 했다. 특히 새로운 노래를 많이 가르쳤는데 제자들은 ‘소녀의 꿈’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제자 김경란(44·인천시 부평구 산곡3동)씨는 “열정이 대단하고 엄격하시기도 했던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귀한 일꾼이 되고 꿈을 가지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또 “선생님은 특출난 인물이 아니더라도 작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이뤄간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래서 제자들은 지금 농협 직원이나, 경찰관 등 곳곳에서 화려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감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장은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잊지 않고 찾아줘 고맙고 기쁘다”며 “제대하고 유포분교에 첫부임을 했는데 어려운 환경속에서 열심히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송정로기자 blog.itimes.co.kr/good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