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前生)이 있다면 나는 말을 타고 다녔거나 가마를 타고 다녔으리라. 많은 사람을 부려 먹었나 보다. 그래서 죄 값으로 나는 택시기사가 되었나 보다…’
 여자 택시운전 기사 최춘자(54)씨는 시인이다. 시인이 아니라고 부득불 우기지만 그의 시집 ‘동그라미 네개 그리고 나’를 읽어본 사람들은 그를 시인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시 속에는 남편 없이 홀몸으로 살아온 여인의 삶의 굴곡이 절절이 녹아있다. 그러면서도 희망과 사랑과 용서가 있다. 질박하고 평범한 언어지만 그의 시는 삶에 힘겨워하는 뭇사람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준다.
 십수년동안 택시기사로 일 하면서 겪었던 진솔하고도 투박한 얘기가 어느날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을 때 그는 한 없는 눈물을 흘렸다. 시는 그의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십수년동안 일기 적듯이 적어놓은 글을 정리하던 큰 딸 서미경(38)씨는 절절한 어머니의 ‘삶의 노래’를 출판사 사장에게 보여줬고 출판사는 두 말 않고 시집으로 만들어 냈다. 100 권을 만들어 아는 사람들에게만 선물했다.
 최씨의 학력은 야간 중학교 중퇴가 전부지만 시인으로 만드는데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사여구로 치장된 설익은 싯구보다는 고달픈 삶의 무게로 인해 움푹 파헤쳐진 가슴속 상처에서 쏟아낸 그의 토문(吐文)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야 만다.
 30년 전 알콜중독자인 남편을 하늘나라로 허무하게 보냈을 때 스물네살 색시에게는 갓 돌을 지난 막내딸을 비롯해 철부지 4남매가 재산의 전부였다. 숟가락 하나도 변변하게 갖춰지지 않은,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였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유랑과 정착을 거듭했다. 비린내가 온 몸에 찌드는 생선 행상에서부터 공사판 벽돌지기, 파출부 등 최씨는 밑바닦 삶의 한 가운데를 허우적댔다.
 지긋지긋한 가난과 싸우는 절망의 삶속에서도 희망을 만들기 위해 운전면허를 땄다. 그리고 1979년 당시에는 드문 ‘여자 택시운전기사’가 됐다. 고달픈 택시기사 생활이었지만 지긋지긋한 가난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 그래서 막노동판을 전전하다가 다시 택시운전을 하는 방황과 정착이 되풀이 됐다.
 13년 전부터 아예 택시운전사로 자리를 잡는다. 무사고 11년만인 지난해 11월 드디어 개인택시 면허를 받았다.
 “무식하고 지식이 모자라 아름다운 싯구를 만들지는 못해요. 택시기사를 하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느낀대로 생각나는대로 썼습니다.”
 모두 107편의 시를 담았다. 매일 택시를 몰면서 보는 회색빛 도시의 그림자에도 아름다움이 묻어있다고 외친다. 보름달과 은하수, 호박잎 등을 떠올리게 하면서 자연을 노래한다. 시에는 또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삶의 무상함과 죽음에 대한 외경심도 담겨 있다.
 택시기사 시인은 오늘도 네 바퀴에 ‘삶의 열정’을 싣고 인천 중구의 홍예문을 지나고 있다. /송금호기자 blog.itimes.co.kr/kh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