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희망을 보여 달라
전교조 경기지부가 최근 ‘경기지역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법’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의 주장에는 특별법이 아니고는 경기도가 처한 현재의 교육적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깃들어 있다. 전교조가 조사하고 분석한 자료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정신이 아찔하다. 경기도의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178만7천800여명, 서울은 145만6천800여명, 전남은 30만2천500여명이다. 교원 1인당 학생수는 24명으로 서울보다 2명, 전남보다는 8명이 많고, 전국 평균 18명에 비해서도 6명이 많다. 학급당 학생수는 38.8명으로 서울보다 4.8명이 많고 전남보다는 12명이 많다. OECD 기준이 30~34명인 것을 기준하면 대부분 학교들이 과밀학급 상태에 놓여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예견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학생수는 점차 줄어드는 상황인데 반해 경기도의 학생수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매년 60~70개의 학교를 지어야 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무려 11조원이 넘는다.
전교조의 상황인식은 특별법이 아니고는 해결책 없다는 일종의 ‘선언’인 셈이다. 전교조 주장에 공감하는 세력은 급속하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교육문제가 내포하는 여러 가지 복합성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경기도의 교육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단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 가장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바로 오늘이다. 오늘 경기도 교육의 난제를 앞장서 해결해 가야 하는 교육감을 선출한다.
예산확보는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마지노선이요, 교육감에게 요구되는 자격은 한층 더 까다로울 수박에 없다. 교육에 대한 열정과 높은 철학, 전환시대에 대응하는 진취적 사고는 기본이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국민적 열의와 중대성에 비추어 지난 10일간의 교육감 선거과정은 매우 아쉬웠다. 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은 그 아쉬움의 첫 번째 요소다. 사회전반의 교육열에 비하면 까닭없이 낮은 무관심은 우선 일반의 참여를 제한하는 선거제도의 문제로 이해되지만 유권자인 교육계 인사들이 보여준 행태는 더욱 실망스럽다.
유권자인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육계 인사들로 구성하는 교원운영위원과 동창회장, 퇴직교원 등으로 구성한 지역운영위원, 학부모운영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교육감 후보들과 일정하게 연을 맺고 있는 교원들과 지역위원들은 일치감치 지연, 학연 등 연고를 따라 후보를 결정하는 한심한 행태가 되풀이 됐다. 결국 후보들이 막바지까지 공을 들이고 선거운동에 집중한 곳은 연고가 없는 학부모위원들 뿐이다. 학부모위원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후보연설회와 정책토론회에서 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기 교육의 수장을 선출하는 중대성에 비추어 유권자인 이들의 관심은 너무나 저조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 선거문화의 후진성은 교육계의 수장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도 한치 앞으로도 전진하지 못했다.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유권자들의 의식만큼 발전한다는 논리를 그대로 대입하면 우리 교육 현실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점에서 오늘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의 책임은 앞으로 4년간의 경기교육발전에 대해 무제한적이다. 특히 이번 선거과정 전반에서 연고와 지연을 따라 이합집산 행태를 보여준 교육계 인사들은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선거운동은 끝났다. 오로지 투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늘 교육계 인사들의 손끝에서 경기교육의 희망이 솟을수도, 좌절할 수도 있다. 투표장에 나서기 전에 교육계에 투신할 때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 그때의 사명을 다시 한번 숙지해 주기 바란다.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연과 학연 등 특정후보와 얽힌 연고가 있다면 이 순간 털어버리기 바란다.
아이들이 불행하다. 우리 사회의 압축성장과 수도권집중으로 인한 폐해와 모순이 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오늘 단 한번, 당신의 결단이 아이들의 운명을 바꾼다. 희망을 보여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