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경제부장
얼마전 꽤 큰 규모의 항만 관련 기업을 경영하는 분과 차를 한 잔 나눌 자리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인천항 돌아가는 사정하며, 요즘 말썽이 되고 있는 정부의 항만물동량예측 문제 등을 소재로 대화를 하다가 이 회사가 올 하반기에 개장할 예정인 컨테이너터미널쪽으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이어졌다.
“전문인력을 뽑으려고 하는데 인천에는 통 사람이 없어요. 지역 신문에다 모집공고를 내긴 했는데…, 부산쪽 언론매체에 다시 해야 할까봐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불쑥 털어놓은 이 한마디에 필자는 사실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그러려니’ 하고 지날칠 수도 있지만 작금, 아니 가까운 미래의 인천상황을 놓고 볼 때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경제자유구역과 공항 2단계 등 굵직굵직한 개발사업, 지역혁신클러스터의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인천의 경제규모는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과실을 따먹기 위해 전국 굴지의 기업들(건설회사 뿐만이 아니다)들이 속속 인천으로 몰려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개발과정이야 ‘건설’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되고 일과성일 수 있지만 개발이 끝난 마당에는 국제금융과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환경공학(ET), 문화관광(CT) 등 손으로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는 다양한 첨단분야의 경제콘텐츠가 펼쳐진다. ‘규모’보다는 ‘기술’이 더 중시되는 이 판에서도 무주공산격으로 안방을 또 다시 내준다면 지금 곳곳에서 진동하는 포클레인과 망치소리는 인천에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앞서 항만업체 사장의 고민처럼 ‘현재’도 전문기술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다. 공급이 수요를 전혀 못따라가고 있다.
지난해말 인천정보산업진흥원이 지역 IT업체 1천149개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결과는 이같은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체 직원 가운데 기술인력은 14.5%에 불과했고 기술개발인력이 아예 없는 업체도 무려 40%에 달했다.
이렇다보니 여기저기서 낙하산인사가 되풀이되는 관행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당장 전문가가 없으면 운영의 필요상 외부에서 초빙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왔다가 ‘안전하게’ 임기만 채우고 간다는데 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을 리 없고, 창의성이 발휘될 리 더더욱 없다. 조직이나 지역의 발전없이 외부의 필요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배분돼 빈 자리만 그때 그때 채워지는 셈이다. 구성원들의 사기에 미치는 악영향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조선시대 인사 관련 제도인 서경(署經)과 분경(奔競)금지법을 보면 우리 선조들도 사람을 잘못 쓰는 것과 이로 인한 폐해를 얼마나 경계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서경은 청직(淸職)인 사헌부나 사간원 관리들이 과거에 합격해 이제 막 관직에 나가려는 사람들이 결점은 없는 지 알아본 뒤 서명하는 일종의 신원확인절차며, 분경은 관직을 얻기 위해 여기 저기 인사청탁을 하러 다니는 행위를 말한다.
다행히 최근들어 몇몇 기관이나 단체, 기업, 대학들이 서로 힘을 모아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인천에는 그 동안 무척이나 생소했던, 각종 국제회의나 행사 등을 기획하는 컨벤션전문가와 물류전문가, 디자인산업전문가 등을 양성하는 과정이 지난해부터 대학 또는 대학원, 관련 단체에 속속 개설돼 운영되고 있다. 각 분야의 국내 유명 전문가들도 강연회나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 곳곳을 바쁘게 오가고 있다.
거대한 물결로 다가올 인천의 미래를 감안할 때 참으로 바람직하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다양한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인적인프라구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
“유능한 인재 한 명이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어느 재계 총수의 말이 과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인 지 곰곰히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