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에 힘을 실어 주자 / 이인수 체육부장
지난해 인천은 프로축구 인천시민구단(인천 유나이티드FC) 창단에 열기가 넘쳐났다.
2002한·일월드컵 축구 16강 성지였던 인천은 당시 성공적으로 예선전을 마치면서 축구붐과 함께 시민구단을 탄생시키는 대 역사를 만들었다. 구단 창단을 위해 시민주를 공모한 결과, 4만7천여건에 2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대성황이었다.
민·관·재계·정계 등 각계각층에서 열화와 같은 애향심을 보여주었다. 구단의 창단은 시민, 인천시, 구단의 ‘3위 일체’로 일궈 낸 합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던 인천FC가 창단 1년 후인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창단 후 불과 1년만에 운영자금으로 허덕이고 있다. 또 시민들은 경기장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보여준 폭발적인 시민들의 관심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 9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FC 대 전남과의 홈 개막전에는 고작 2천800여명이 겨우 넘는 관중이 들어왔다.
올 시즌 개막을 알리는 홈 경기인데도 불구, 이벤트도 없는 데다, 초라한 관중 수를 빗대 ‘개막전인지, 폐막전인지’ 농을 할 정도였다.
구단을 비롯한 인천시 등 관계기관과 주주, 축구를 사랑하는 골수분자들만이 늘 관중석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물론 평일에 펼쳐진 경기인데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시점인데 벌써부터 관중 수를 논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관중 수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구단의 주주인 시민들의 ‘주인의식’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시작이 요란한 것처럼, 시민주 공모 당시 시민들의 ‘주인의식’은 도를 넘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나 올해는 ‘주인의식’이 땅에 떨어졌는지 볼 수가 없다.
여기에 구단은 현재 운영자금으로 허덕이고 있다. 스타 부재와 용병조차 스카우트하기가 힘들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얼마전 서울FC에 입단한 ‘한국축구의 차세대 스타’ 박주영은 2만여 관중을 몰고 다닐 정도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 인천FC 출신인 인천토박이 최태욱도 5천명 이상의 관중을 몰고 다녔다. 프로스포츠시대는 걸출한 스타 없이는 관중이 몰려들 수 없다.
구단의 이익이 창출돼야 유명 스타급들과 외국 용병들을 불러 들여 관중의 흥미를 끌 수 있다.
그런데 인천FC는 스타 및 용병선수 영입은커녕, 오히려 역수출을 했다. 한·일월드컵축구 스타인 터키 출신 외잘란과 최태욱 등이 그 예다.
자금사정이 좋지 못해 급여 등 지급수준이 큰 이들을 잡기가 힘들었고, 또한 구단을 살리기 위해 이들을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대전FC는 유니폼스폰서가 10억원인 데다 후원금도 지난해 25억1천만원을 훌쩍 넘는 42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천FC는 올해 유니폼스폰서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04억9천600만원이 지출예산이다. 수입예산은 56억5천600만원에 불과해 48억4천만원이 부족하다.
구단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인천의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10억원 이상의 증자와 후원사 참여, 레플레카 판매(15억원 예상) 등 다양한 운영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구단주인 인천시는 시민구단을 창단만 해 놓았을 뿐, 지금까지 구단의 활력소 구실을 못하고 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수원 삼성의 경우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지원으로 구단은 물론 홈팬들이 열광적이다. ‘레알 수원 삼성’이라고 불릴 만큼 국내외 스타급 선수들이 많아 관중에게 흥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은 대주주인 GM대우라는 대기업이 있다. GM대우의 힘과 여기에 주요 지역기업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인천FC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구단의 운영이 잘돼야 유명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려고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많아진다.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시민구단 창단 당시처럼 열성적으로 보여준 ‘3위 일체’의 신화를 다시 한 번 시도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