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받으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겠어요, 생각이 많이 나네요….”
 반세기를 훌쩍 넘긴 51년만에 지하(地下)에서 무공훈장을 받게 된 한국전쟁 유공자 고 최진용씨(96년 작고)의 사연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유족인 미망인 정선분(81) 여사와 아들 장홍(44·사업·인천시 남구 용현2동)씨에 따르면 최씨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군에 입대했다.
 결혼 2년만에 전쟁이 터지자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12사단에 입대한 최씨는 강원도에서 전란을 치르다 한쪽 눈과 귀, 팔을 잃는 부상을 당해 54년 제대했다.
 “큰 아들이 뱃속에 들어있을 때 군에 간 남편이 장애인이 돼 돌아오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는 정 할머니는 이후 가족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불편한 몸으로 직장도 잡지 못한 채 2남2녀를 키워내기까지 유일한 수입원은 나라에서 나오는 보훈연금뿐이었다.
 행상일 나가는 아내와 도시락도 제대로 못 싸가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 때문이었을까.
 부상 후유증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으로 괴로워했던 최씨는 결국 지난 96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제대 당시 1급 상이용사 판정과 함께 화랑무공훈장 서훈을 받았지만, 전후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군 당국과의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훈장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상을 받기는 했는데 전달을 못받았다’는 부친의 말씀을 문득 떠올리게 된 아들 장홍씨가 얼마 전 육군 홈페이지에서 ‘무공훈장 찾아주기’ 배너를 발견하게 되면서, 훈장은 뒤늦게나마 주인을 찾게 됐다.
 18일 육군17사단에서 그 주인을 대신해 훈장을 받게 된 아들 장홍씨는 “아버님 묘소를 찾아 영정 앞에 두고 참배하려고 한다”며 “늦었지만 아버지께서 기뻐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영휘기자 blog.itimes.co.kr ywsong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