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평산소놀음굿 보존회 사무국장
 “한 사람의 관중이라도 우리 공연을 보고 싶어 한다면 기꺼이 무대에 오르는 게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예술가의 역할이 아닐까요.”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평생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누군가의 평생을 바친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껏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더구나 전통문화의 맥과 교류가 끊긴 북측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 시킨다는 것은 남들보다 몇 배의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한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오로지 전통문화를 잇겠다며 ‘우리네 놀이판’에 몸을 던진 예술인이 있다.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은 북측에서 가장 빈번하게 행해진 농사의 풍년과 상업의 번창, 자손의 번성을 기원한 놀이다. 우리에게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이자 이선비 선생이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놀이문화에 푹 빠져버린 이상희(41) 보존회 사무국장. 소놀음굿과의 만남은 어찌 보면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평소 이 국장이 몸담고 있던 극단 ‘자유’의 후배 연기자인 부인 최경희(40)선생과의 결혼이 소놀음굿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당시 최경희 선생은 지난 1986년부터 이선비 선생의 문하에서 소놀음굿을 전수받고 있었다.
 이 국장은 “평소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소놀음굿에 푹 빠져 생활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소놀음굿의 매력에 대해 이 국장은 ‘관중과 예술인의 경계가 없이 하나 되는 놀이판’이라고 말한다.
 10시간이 넘는 공연시간 동안 관중과 예술인이 때로는 웃고, 때로는 어깨춤을 들섞이는 놀이가 바로 소놀음굿이라는 것.
 이 국장은 “아직 이선비 선생님의 혼이 담긴 공연에는 못미치지만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면 소놀음굿의 전통 계승자로서 부끄럽지 않는 공연을 관객에게 펼쳐 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지난 4일 동구 화수동에 소놀음굿의 전통을 잇고자 전수교육관을 열고 이선비선생의 혼을 보존회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 오는 5월8일 화도진축제 마지막 무대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이 넘는 공연을 펼친다.
 이 국장은 “소놀음굿이 대중과 함께 하도록 한 사람의 관객이라도 우리를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희망을 말했다. /이주영기자 (블로그)leejy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