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철 계속되는 비로 우중충한 마음 때문인지 사람들 표정이 밝지 못했고, 웬만해선 잔소리를 안 하시는 시어머님도 빨랫감이 밀리는지 타월 좀 아껴 쓰라고 조바심 내셨다.
“빨리 날이 개야지 퀴퀴한 냄새가 나서 도저히 안 되겠다. 연세가 드셨어도 젊은이 못지않은 사고와 행동이 오히려 필자가 더 애늙은이 같아 보일 때가 많았을 정도로 세련된 어른이시다.
“제가 언제 날이 개청하나 점 한번 쳐 볼까요? 저 에미가 왜 또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나 싶었는지 연신 소리 내서 어휴! 주여! 하시며 가볍게 눈을 흘기시며 걸레질을 하셨다. 권사님이신 시어머님이 눈 흘기시는 걸 모른척하고 동전으로 괘를 내었더니 택수곤(澤水困)이 수지비(水地比)괘로 변한 괘를 얻었다.
二爻 土父가 일월에 있고 巳火로 化하여 생을 받고 있으니 비가 올 징조라고 보기 쉬우나 亥水 자손이 동하여 申으로 化하여 생을 받고 있어 날씨가 맑아질 것으로 보인다.“오늘 오후면 날이 쾌청하겠네요.” 지금도 저렇게 하늘이 우중중하니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데 행여나 맑아지겠냐는 눈치셨다.
“그래 에미 말이 맞나 안 맞나 내가 오늘 지켜보마!”
천시(天時) 점에서는 재(財)가 맑은 날씨를 나타내므로 자손이 생을 받으면 날씨가 갠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삼합(三合)으로 재를 이루면 비가 올까를 묻지말라고 했다. 그러나 삼합이 父局을 이루면 주로 비가 오며, 삼합이 관국(官局)이면 검은 안개로 뇌성과 번개가 엄청난 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삼합이 木局이면 木은 바람으로 그래서 바람이 분다고 보고, 財가 귀(鬼)로 化하면 청명함이 오래가지 못함을 천시 점을 볼 때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상했던 대로 오후가 되자 날씨가 개이고 퇴근하면서 밤하늘을 쳐다보자 비온 후에 하늘이라 그런지 맑고 청명했다. “엄니가 좋아하시는 하나님은 이런 거 안 가르쳐 주시죠?”하고 놀려드렸더니, 하나님을 그런 식으로 모독하면 큰 벌 받는다고 펄쩍뛰셨다.
젊은 시절의 필자는 운명이라는 것 자체를 믿고 따른다는 것이 왠지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것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던 시간들을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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