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숙/성미가엘복지관 사회복지사

 복지관에는 다양한 청소년들이 찾아온다. 무언가 기능을 배우러 오는 아이들도 있고 방과후 시간을 활용하여 동아리활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으며 자원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아이들도 많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사회봉사」라는 징계를 받아 위탁되어 오기도 한다.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몇년전 날계란을 세우면서 들었던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 한다.

 날계란이 세로로 설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이지만 계란 속의 중심핵인 노른자를 가운데 잘 놓고 세심한 정성을 들이면 분명 날계란이 땅위에 오똑 서게 된다.

 날계란 세우기의 교훈은 모든 사물은 자기중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중심점을 제대로 세운다면 다른 것에 의존없이 제 스스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중심을 제대로 인식해 나가고, 그 중심에 맞춰 나 자신의 주인으로 인생을 계획해 나가는 과정이 우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과정일 거라 생각된다. 나이가 찼다고 갑자기 스스로 주인되는 자주성을 가진 어른이 되지 않으므로 바로서기를 위한 쓰러짐을 부단히 겪어야 하고 가정과 학교, 사회가 좋은 조건이 되어 청소년들이 자기삶의 주인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청소년들이 자립적으로 성장하는데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가?

 안타깝게도 청소년들의 생활환경은 다양한 경험의 기회도 적거니와 오히려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나 사회활동 속에서 청소년들의 주체적인 활동이 제한되고 소외되어져 있다.

 아이들의 생활에서 청소년 스스로의 생활과 삶의 주인이 되도록 결정권과 참여권을 넓혀 줄 수 있도록 해보자.

 또 다시 새로운 청소년을 위한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청소년들에게 좋은 제도와 구조를 우리는 많이 가지고 있다. 그 제도와 구조를 제대로 실현시키고 보완하자는 것이다.

 우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특히 반을 아이들이 스스로 운영하도록 하자. 학급활동을 통해 자치적인 반생활과 학업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선생님과 학우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하자. 다양한 학급활동이 이루어지고 그 활동속에서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다면 「왕따」와 학교폭력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더 나아가 학생회활동을 통해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학교생활이 재밌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