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초등학교는 고층 아파트 숲에 삼면이 둘러 싸여 있어 가까이 가서야 겨우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학교의 교정 정면에는 500여평쯤 되는 밭이 있다. 올 4월부터 이 학교 학생들이 가꾸고 있는 텃밭이다.

 공영개발사업단 소유의 이 밭은 원래 팔리지 않아 노는 땅이었다. 동네 어르신 몇분이 가꾸는 밭 외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쌓여 반쯤은 쓰레기장이었다. 한윤규 교장(54)은 구의원인 학교운영위원장과 만수6동 동장과 함께 이곳에 학생들을 위한 야외학습장을 만들기로 하고 공영개발사업단의 협조를 얻어 텃밭을 조성하게 되었다.

 지난 4월20일부터 땅고르기와 파종을 마친 텃밭은 4학년 이상 21개 학급이 각각 구역을 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500평중 약 300평은 학생들이, 나머지 200평은 동네 어르신들이 관리하고 있다. 아무래도 교사나 학생들이 농사에 익숙지 않기에 어르신들을 따라 배우라는 의미라고 한 교장은 설명한다. 파종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반응은 좋다. 등교하자마자 밭에 물을 주는 부지런한 학생들도 있다.

 작은 구획으로 나뉘어 있는 텃밭 앞에는 파종한 작물의 종류와 관리하는 반이 표시되어 있다. 고추, 토마토, 딸기, 가지는 모종을 심었고 쑥갓, 상추, 파, 시금치, 배추, 열무, 들깨, 호박 등 12종류의 작물은 씨를 뿌렸다. 가을에는 아욱, 당근, 쪽파, 갓, 마늘 등을 심을 것이다. 수확한 작물은 전시한 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예정이다.

 학교를 나서서 텃밭을 둘러보니 오후 2시, 한창 더위에도 부지런히 물을 주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한 아이, 「콜라 한 모금, 밭에 물주기 한번」을 반복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번이니?』 『아뇨. 얘들도 목마를 것 같아서요.』 참 순진한 어린친구의 대답은 건조한 질문을 던진 어른을 머쓱하게 한다. 밭에 물을 주며 아이들은 마음을 키우고 있었다.

〈김영수ㆍ교육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