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江都) 또는 심도(沁都)라 일컬어지는 강화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적인 고도(古都)다. 원나라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려때(1232년) 이곳으로 천도했고 조선시대에는 국방의 보루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니까 강화는 760여년의 시공을 뛰어넘은 문화재가 전 지역에 산재돼 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할수 있다. 「담이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린데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화 전역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의 현실을 보면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조선시대 외침에 대비 축조했던 국방유적지가 모두 82개소(5진 7보 53돈대 9포대 8봉수대)에 이르고 있음에도 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것이 겨우 18개소에 지나지 않는다니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방치되고 있는 유적지중 27개소는 행정기관의 관리권이 미치지 못한 군부대안에 있어 완파 아니면 멸실되는 등 이렇다할 대책없이 방치하고 있어 수치감마저 든다고 하겠다. 특히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훼손된채 방치하다시피 버려지고 있는 유적지중 축조 당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9개소와 반파된 1개소등 10개소의 유적지까지 관리 소홀로 영영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

 이렇게 된 것은 우리의 문화의식이 아직 미흡하여 문화재보호의지가 별로 뚜렷하지 않다는 점외에도 우리의 것을 과소평가하는 그릇된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면에서는 우리의 무지와 게으름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금수와 인간이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동물은 역사가 없는데 비하여 사람은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지난 역사에 대한 가치를 모르고 몇 남지 않은 소중한 문화재를 계승할줄 모른다는 것은 문화국민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뒤늦기는 했으나 근자에 들어 국방유적지 복원사업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새정부의 개혁의 요체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데 있다면 특히 국방유적지의 보존이나 복원은 다른 어느 사업보다 앞서서 성취해야 할 당위성을 갖는다. 군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협력하여 지체말고 이 사업에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문화국가ㆍ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이 고양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