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목소리 키우는 일> 
얼마 전 한 회의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인천의 국회의원은 몇 명입니까. 인천에서 공부를 했을 뿐 인천과는 별 연관이 없는 그 여성 국회의원의 활동에 대해 지역언론이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인천에서 여고를 나온 뒤 줄곧 서울 및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전문분야 일을 하다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모씨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인천 출신이지만 지역을 위해 해온 일도 없고, 이 곳에서 활동하지도 않는데 굳이 인천의 국회의원 처럼 대접을 해 줄 필요가 있느냐는 의미였다. 
정부 요직에 있던 한 인천 출신 인사는 지난해부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역시 인천에서 고교를 마친 후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나있다가 돌아왔다. 행정과 학문분야의 오랜 경륜과 지혜를 살려 고향의 발전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던 그는 요즈음 꽤 힘들어하고 있다. 
한 사석에서 그는,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듯한 고향사람들의 눈초리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뭔가 잘못한 것을 끄집어내 깎아내리려는 듯한 분위기에 눌려있다고 심적 고충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단계인데다, 본인의 고의나 악의가 없이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까지 비난이 쏟아지니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립병원의 1천500여 간호사를 진두지휘하던 한 간호부장은 2년여전 고향 인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내려왔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를 모셔가기(?)위해 서울 유수의 대형 사립병원들이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다 뿌리치고 고향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나만 인천에 임시거처하면서 주말이면 서울 집을 오갔는데 안되겠더라구요. 남편을 인천으로 내려오라고 하고 아예 인천에서 살기로 작정했어요. 이제 일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참 좋네요.” 밝은 그의 음성에는 지적 토양이 돼준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수 십년 국내외를 오가며 쌓은 전문분야 경륜을 동향인들에게 나눠주는 기쁨이 배 있었다. 
앞선 세가지 예는 우리의 ‘울타리 정서’와 ‘사람 키우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떤 이들은 정치적 테제로 부상한 중앙과 지방 가르기의 편린들이 이곳 저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울타리 정서’의 안쪽에는 ‘인천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인천을 떠나 있었고, 따라서 그 간 인천을 위해 한 일이 없으므로 그 사람에게 몫을 나눠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고향을 지켜며, 혹은 타향이지만 인천을 고향삼아 일해온 사람만이 인천을 사랑할 자격이 있고, 인천 사람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논리는 옹색하기 그지없다. 이 것은 마치 수십년 간 과거를 통한 회귀분석에만 매달린 경제학자들이 당장 코앞의 1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민망한 실수가 반복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두 경우 모두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는 점이 문제인데, 결국 미래를 진단해 낼 가장 가까운 변수를 찾지 못하는 점에 있어 동류이다. 지역으로 내려 온 그가 과거의 사람과 다르게 현재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요소를 투입하고 있다면 그것이 미래에 긍정적일 것인지 부정적일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지역 발전에 대한 평가는 가능한 한 차가운 이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 키우기’의 저편에는 깎아내리기 습관이 지역 정서에 배 있다. 단점과 부족한 면을 끄집어내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는 한 지역의 인물이 클 토양은 만들어질 수 없다. 크든 작든 지역 혹은 지역사람들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사안일 경우, 모두가 나서서 제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치 길들이기를 하는 듯, ‘초장부터 잡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지역을 위해 일을 할 인재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오히려 지역감정의 최대 피해자는 지역 사람을 홀대하는 지역 주민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막말로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정부 수립 이후에 인천을 전국적으로 대변해줄 상징적인 인물을 손꼽으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만한 지역 발전 요소를 갖춘 광역시가 없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 봤지만 인물평에 대해서는 인색해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역을 외면하며 중앙과의 연대만을 외치는 아우성이 한편에서, 역외를 배척하고 폐쇄적인 지역리그에만 안주하는 아우성이 다른 한편에서 시대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인재로 지역 지도자를 채워나간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를 새해에는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