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사나이’. 인천시 농업기술센터의 동료들이 이희중(38·농촌지도사)씨를 부를 때 쓰는 별칭이다. 이씨에게 이런 닉 네임이 붙는 데는 이유가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이씨의 업무는 남 다르다. 하루 종일 흙과 씨름하는 일이다. 이씨의 손 안에 인천시 전체 농경지의 흙에 대한 정보가 있다.
 “사람들은 인천의 농경지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느냐?’며 하찮게 생각해요. 하지만 인천의 농경지 너비는 70㎢로 남동구와 남구를 합한 면적과 맞먹습니다.”
 이씨는 농경지 흙의 성분을 검사한다. 산도(pH)와 전기전도도, 질소와 인 등 유기물 함유량을 측정한다. 어떤 비료를 얼만큼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흙의 성분 검사를 토대로 한 시비량의 결정은 수확량과 작물의 품질과 직결된다. 예를 들어 벼농사를 짓는데 질소비료를 가장 많이 쓴다. 그러나 질소비료를 너무 많이 줄 경우 벼는 병충해에 약해지는데다 아예 쓰러져 버려 수확량을 떨어뜨린다. 또 질소비료를 너무 많이 준 땅에서 자란 벼로 밥을 지을 때 맛도 덜하다.
 지난 95년 농업기술센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토양점검만 3년째다. 인천시 유일한 토양검정 전담 일꾼이다.
 이씨의 지난해 검정 건수는 2천85건. 작물재배지뿐만아니라 공원녹지 토양에서 벼 잎파리 성분 분석까지 그의 몫이다. 바쁠때 임시직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혼자 담당,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요즘에는 인천 경작지 흙 성분을 데이터화 하는 ‘토양 전산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화학약품을 다루고 일이 고되다보니 토양검정실은 임시직도 꺼려하는 ‘기피부서’가 됐다.
 “토양검정은 친환경 농법으로 가는 기초 작업입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중요성을 농민들조차 모르는 것이 안타깝죠.”
 이씨가 섭섭한 것은 인력지원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토양검정 검사를 무료로 해준데도 이용하려들지 않는 일부 농민들의 무관심, 그것이다. /글=박정환기자·사진=안영우기자 hi21@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