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를 뒤집어쓴 채 압류딱지가 붙어있는 기계들, 굳게 닫힌 공장철문, 마구 버려진 사무기기들」.

 내동댕이쳐진 기계더미만 있고 사람은 없는 인천 남동공단의 황량한 풍경이 한 작가의 카메라 앵글에 잡혀 일반에 공개된다.

 사진작가 여돈호씨가 18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여의도 서남미술전시관(동양증권 빌딩 1층)에서 여는 세번째 개인전 「Disappear(보이지 않는, 사라진)」에서다.

 「공단 풍경」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전에는 IMF이후 연이은 부도로 활기를 잃어버린 인천 남동공단 구석구석의 모습이 등장한다. 오가는 차량과 기계가동소리로 분주해야 할 한낮에도 정적만이 감도는 쓸쓸한 공단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이번 전시 주체는 인간이지만 사진속에는 인물이 없다고 설명한다. 사진속에 있어야할 이들이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 공단을 떠나버린 이들의 행복하지 않은 삶과 남동공단의 풍경을 생각하면 슬프지만 내재된 희망이 머지않아 움틀 것을 확신하며 전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계원조형예술대 사진예술전공 겸임교수이기도 한 작가는 한국사진의 수평전(92), 실험과 직관전(96), 제1회 서울 포토트리엔날레(98) 등 단체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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