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대위 활동의 성과라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의 시민운동을 통해 정부를 상대했다는 것이다. 범대위에는 항만 관련 업계 뿐 아니라 일반 시민단체들도 폭넓게 참여했다. 이는 향후 인천발전에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결집력이 될 것이다.”
“시민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중앙정부의 방침을 바꿀 수 있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제2연륙교가 제대로 건설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
제2연륙교 주경간폭을 당초 계획보다 100m늘려 800m로 하겠다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21일 ‘인천 제2연륙교 관련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단이 시내 한 음식점에 모였다.
그 동안의 성과를 정리·평가하고 향후 활동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10여명의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범대위 출범 이후 5개월여 동안의 숨가빴던 일정과 뒷 얘기, 그리고 ‘800m’로 귀착된 결과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 등을 털어놓았다.
개개인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야기의 결론은 ‘대체적인 긍정’쪽으로 모아졌다.
이어 이날 가장 중요한 의제라 할 수 있는 향후 과제가 단기(해산방안 결정 등)·중기(백서 발간)·장기(인천항의 인천경제자유구역 편입)로 나뉘어 논의에 올려졌다.
여러 의견들이 오간끝에 이 문제는 앞으로 두, 세 차례 더 만나 심도있는 토론을 거쳐 결정키로 했다.
범대위가 출범,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제2연륙교 주경간폭 문제가 불거져나온 2개월여 뒤인 지난해 7월20일. 처음 2개월 동안은 도선사회와 인천항물류협회, 인천항발전협의회 등 항만 관련 업·단체들만의 아우성으로 정부와 힘겹게 맞섰다. ‘몇 몇 집단들이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인천 뿐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국책사업에 제동을 건다’는 비아냥이 서울에서 터져나왔다. 우리 지역내 일각에서도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국면에 분명한 전환점을 가져온 것이 바로 범대위였다. ‘제2연륙교’가 아닌 ‘중앙정부로터 항상 홀대받아온 인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경영자총협회, 인천여성단체협의회, 인천경실련, 인천연대, 인천불교총연합회, 인천기독교총연합회 등 지역내 경제·시민·사회·여성·종교단체들이 대거 나선 것이다.
이후 제2연륙교 주경간폭 문제는 인천을 넘어 전국적인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어렵사리 결론이 나기까지 5개월여 동안 가장 뜨거운 현안으로 나라 전체를 달구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열린 회의와 지역·중앙 고위 인사들과의 수 차례 공식·비공식 접촉, 해양수산부·건설교통부 장관의 인천 방문, 국회 건설교통위 국정감사장에서의 격론, 그리고 마지막까지 무리한 용역을 해가며 당초 계획을 고수하려 했던 정부. 이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쳐오며 순수 우리 인천시민의 힘으로 인천의 힘을 보여준 그 한 복판에 범대위가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말도 많았던 제2연륙교건설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인천항만자치공사제 출범, 인천남외항(송도신항) 건설 등 인천항과 관련된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인천이 각종 정책이나 예산지원 과정에서 중앙으로부터 홀대받아왔듯이 그 동안 인천항은 우리 인천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받아왔다. 지역 경제의 30%를 웃도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그저 난폭한 화물차들이나 드나들고 먼지나 날리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귀찮은 시설’이라는 곱지않은 눈총을 받아왔음이 사실이다.
범대위를 통해 시민들이 인천항에 쏟아부은 관심과 애정이 한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돼야 한다.
즉각 해체할지, 인천항발전시민협의회(가칭)로 전환할지, 인천항물류협의회에 단체 및 개인회원자격으로 참여할지, ‘제2연륙교’ 관련 범시민대책위원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이인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