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인천의제21 문화홍보분과 위원·극단공수무대 상임연출

서해 5도라고 하는 섬 중에 연평도라는 섬이 있다. 바다 물살을 가르며 쾌속선 끝자락에 서서 부서지는 포말을 이리저리 피하며 바다를 바라보는 두 시간 반. 그렇게 연평도는 우리를 맞는다. 하지만 '반갑게 맞이 한다'고 하기엔 왠지 모를 그림자가 있었다.
연평도는 참으로 드라마틱한 섬이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꺼리가 있다는 말이 되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전부터 삶을 영위한 풍요로운 섬이었기에 가능한 이야기 일 것이다. 어떤 섬은 일부러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기에도 소재가 없는데 이처럼 많은 이야기꺼리가 있는 섬은 드물 것 같다. 그러나 그 드라마가 근대까지는 희극으로 현대에 와서는 비극으로 장르가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 또한 드라마틱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연평도의 드라마 제목은 '아~연평' 지금부터 그 드라마의 구성을 이야기 해 보자.
'아~연평'의 시작은 단연 임경업 장군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임금이 명나라 장군앞에 무릎을 꿇고, 왕자와 애꿎은 처녀들이 끌려가는 병자호란의 치욕을 앙갚음하려고 청나라로 가던 임경업 장군이 연평도를 들러 가다가 가시나무로 물고기를 잡는 법을 섬사람들에게 가르쳐 준다. 그래서 잡힌 고기의 이름은 '조기' 동네사람들은 이제 풍요로운 새시대가 열렸음을 기뻐하며 '임경업 장군 만세'를 외친다. 다음 장면은 '연평도'하면 의 전국각지의 고깃배 수 천적이 조기를 잡으러 모여드는 조기파시로 이어져 포구 앞 골목엔 밥집, 술집, 색시집이 생기고 왁자지껄 흥청망청 서울 명동이 부럽지 않은 연평사람들의 웃는 얼굴로 이어진다.
그러나 베토벤의 '운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이어지는 다음 장면은 사라호 태풍이 모든 것을 싹쓸이하는 뉴스 보도 영상으로 이어지고 포구에 나와 더 이상 오지않는 조기떼와 뱃사람들 그리고 조기 대신 포구 여기저기에 널부러져있는 사람들의 시체, 연평도 비극의 시작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몇 명의 사람들이 소연평도의 산을 사겠다고 한다. 조기가 없어져 힘든 판에 쓸모없는 돌산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섬사람들은 "이게 웬떡이냐!" 하며 돌산을 팔아먹었다. 그 산에서 티타늄이라는 광석이 나온다고 할때도 "금이나 은이 나오면 모를까 티타늄이 뭐 대수냐"며 광산이 생긴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광산이 진행이 되면서 흘러나온 돌이 파도에 부서져 굴, 홍합 등이 붙어 자라던 자갈 해안은 시커먼 죽음의 해안으로 변해갔고 설상가상으로 해안에 돌 운반선이 침몰해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를 맞게 되었고 소연평도는 벌써 20년 전에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후로 소연평도의 해안에는 갯것 같은 갯것이 거의 없다.
이렇게 1부가 끝나고 잠시 인터미션을 갖는 동안 로비에 모인 사람들이 이렇게 쑥덕거린다. "그래도 연평도 하면 꽃게가 있잖아? 연출이 너무 비극적으로 끌고가는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