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에스페란토 시집이 61년만에 번역, 출간됐다.

 세기문학이 펴낸 「날개 없는 새」는 정사섭(1910~1944)이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쓴 에스페란토 시집으로, 58년 존재사실이 처음 밝혀진 바 있다.

 정사섭은 일제 시대에 중국여권으로 프랑스에 건너가 유학하던중 이 시집을 냈다. 「Dan Tirinaro」라는 필명으로 그가 낸 시집은 「Liberpoeto」.

 김우선. 김여초씨는 「자유시인」이라는 의미의 이 시집을 「날개 없는 새」라는 제목으로 번역하고 「자유의 권리」 「쉽게 잊는 물망초」 「진홍빛 사랑의 삶」 등 원작시 105편과 연보 등을 실었다.

 이 시집은 한동안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저자는 프랑스 출간 이듬해인 1939년 이 시집을 갖고 귀국하려 했으나 내용이 불온하다고 판단한 일본경찰에 뺏긴채 두달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게다가 귀국 후 초야에 묻혀 살던 그가 해방 전 타계해 시집의 존재사실이 영원히 미궁에 빠질뻔 했다. 그러던중 영남일보가 58년 한 연재기사에서 정사섭의 에스페란토 시집 발간 사실을 짤막하게 언급한 것이 계기가 돼 한국에스페란토청년회 중심으로 시집탐문에 나섰다.

 이들은 74년 독일 쾰른에서 이 책의 복사본을 찾아낸 뒤 그의 고향에서 이력을 알아내는 등 긴 후속작업을 벌인 끝에 이번에 번역시집으로 재출간케 됐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는 15일을 「선구자의 날」로 정하고 그 첫 인물로 정사섭을 선정했다. 협회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공덕동 지방재정회관에서 출판기념회와 관련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